[건강한 가족] 중증 천식 환자 삶 돌려주는 ‘표적치료제’, 건보 혜택 절실
기고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천식은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우리나라 주요 만성질환 중 질병 부담 3~5위를 차지한다. 대부분 흡입 스테로이드를 중심으로 한 치료제를 꾸준히 사용하면 잘 조절되지만, 우리나라에서 1년에 1800명 정도가 천식으로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다. 천식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학동기 소아와 노인 10명 중 1명이 천식 환자다. 호흡곤란, 쌕쌕거림, 심한 기침, 가슴 답답함, 가래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숨을 쉴 때 기관지의 만성 염증으로 기관지가 붓고 예민해지며 기관지 근육이 수축해 좁아져 공기의 흐름이 막혀 쌕쌕거리는 피리 소리가 난다.
중증 천식 환자는 천식 환자 중 약 5%에 해당하며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돌발적 호흡곤란으로 죽음의 고통과 공포를 뼛속 깊이 겪는다. 게다가 이러한 호흡곤란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강하게 겪는다. ‘진짜 죽을 것 같은 느낌, 숨이 안 쉬어지고 벽돌이 가슴을 딱 막고 있는 느낌, 엄청 답답하고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숨 못 쉬고 죽는 건가 싶어 무섭다’ ‘갑작스럽게 숨을 못 쉬어서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또 올까 봐, 그 힘든 기억이 떠올라 지금 말하는 순간에도 두렵다’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기침이 나서 잠을 못 잔다’ ‘몇 년 동안 밤마다 잠 못 자고 기침하고 숨이 차오르고 쌕쌕 소리가 나서 앉아서 밤을 지새우고 한 달에 열 번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기침을 계속 하면 갈비뼈가 부러진 듯 가슴과 배가 너무 아프다’ ‘계절이 바뀌거나 미세먼지만 나빠지면 무섭고 결국 숨이 차올라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가야 산다’.
이처럼 멀쩡하다가도 한순간에 생사를 오가는 중증 천식 환자, 증상이 심해 자주 스테로이드를 먹거나 주사 투여를 받아 합병증이 생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천식 표적치료제(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겨우겨우 살아가던 중증 천식 환자가 이 약을 투여받으면서 증상이 없어졌다. 특히 응급실에 가지 않고, 탁구를 시작하고 집안 가게에 나가 일을 도와주게 됐다. 적응증이 맞으면 투여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엄청난 치료제가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번 투여에 수십만원 이상 들고 주기적인 투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환자는 고개를 떨군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너무나 죄송스럽다. 치료할 수 있는데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천식 환자가 중증으로 응급실로 오거나 입원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결국 국가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천식 환자의 삶을 되돌려주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절실하다. 중증 천식에 대한 희귀난치성 질환 인정을 통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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