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일본·대만팀 참패한 KB바둑리그, 중국 참가하면?

2023. 4.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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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흰 돌

2022~2023 KB바둑리그에 참가한 일본팀과 대만팀이 많은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의 바둑리그가 국제화의 시동을 건 모양새는 긍정적이다. 바둑팬들도 은근히 기대가 컸다. 중국이 참가할 뜻을 비쳤다가 흐지부지된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는 바둑리그라는 울타리 안에 한·중·일이 다 함께 모일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한국리그와 중국리그가 손을 잡고 여기에 일본이 적극 참여한다면 바둑은 새로운 이정표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팀의 성적은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를 던진다. 일본팀의 명칭은 일본기원. 현재 성적은 14전 14패. 대만팀의 명칭은 보물섬 정예. 현재 성적은 2승 11패.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일본이 과연 내년 시즌에도 참가할까. 일본 내에선 신예들이 모여 시험 삼아 출전한 것으로 치부하겠지만 그래도 ‘日本棋院(일본기원)’이란 이름을 내건 팀이 전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일본기원 선수는 8명이다.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료 같은 정상급은 없다. 팀의 주장은 세키 고타로(22). 현재 천원(天元)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리그 전적은 2승 9패. 히로세 유이치(22), 사카이 유키(19), 후쿠오카 고타로(18) 등 신예들이 중심이 되어 뭉친 팀이다.

대국 때 한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일본서 온라인 대국하면 되니까 한 수 배운다는 기분으로 참가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 기사들인 만큼 최강의 한국바둑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4전 14패다. 이 성적표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최악의 일본기원 팀이지만 막내인 18세 후쿠오카 고타로는 5승 4패로 짱짱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이긴 선수 중에는 강동윤·설현준 같은 강자들도 있다. 지난 주말에도 팀은 졌지만 일본기원 선수로는 유일하게 승점을 기록했다. 대국 때 표정이 매우 솔직하고 재미있어서 한국 팬들도 꽤 생겨났다고 한다. 바둑TV도 그의 바둑은 거의 중계한다. 허물어진 일본 팀에서 후쿠오카 고타로라는 스타가 한명 탄생한 것이다.

대만팀 보물섬 정예의 성적표는 2승 11패. 주장은 쉬아오홍(22). 대만 8관왕이고 세계대회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해온 월드클래스 급 강자다. 리그 전적은 6승 7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이외 국수산맥 준우승자인 왕위안준과 신흥강자 천치루이(23), 최연소 쉬징언(17)까지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물섬 정예는 말하자면 대만의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다. 그에 비하면 성적은 조금 초라하다. 바둑리그 첫 경기에서 셀트리온을 격파해 경고등을 요란하게 울렸었는데 이후는 힘없이 무너졌다.

‘에이스 결정전’이란 제도도 일본과 대만팀엔 불리하게 작용했다. 바둑리그는 4명이 출전하여 2대2가 되면 팀의 에이스를 출전시켜 다시 결승전을 치른다. 일본기사들은 우선 바둑을 하루 두 판 둔다는 걸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딱히 내세울 에이스도 없는 처지라 세 번 에이스 결정전을 치러 모두 졌다. 대만은 다섯 번 치러 쉬아오홍이 한번 이겼다.

말이 나온 김에 에이스 결정전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현재 36경기에서 에이스 결정전이 치러졌다. 전 경기중 45%나 된다. 밤늦게 연속해서 치르다 보니 자정을 넘긴 소위 무박 2일 경기가 22경기로 무려 61%나 됐다. 신진서·박정환·신민준·변상일 등 팀의 에이스들이 혹사당하는 느낌이다. 이들은 한국바둑의 중추인데 중국리그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진이 빠진다. 선수들도 힘들고 시청하는 팬들도 힘들다. 에이스 결정전에 대해선 당연히 새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 시즌에 일본과 대만 팀은 어떤 행마를 보일까. 대만은 강자와의 대국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참가할 것이다. 일본은 14전 14패가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을 것이다. 좀 더 강팀을 만들든지 아니면 불참 쪽으로 방향을 정할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이 참가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기 중국기원 원장으로 유력시되는 창하오 9단은 참가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KB바둑리그도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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