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장드라마냐"…與, 쌍특검·노란봉투법 민주·정의 '야합' 격앙

민주·정의, 쌍특검 패트 27일 처리 합의
"법사위서 심의하자"던 정의당의 변침
'김건희 특검' 野 총선 전략 가동되나
與 "검은 거래의 악취 사방에 진동"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하면서 여야 간 정쟁이 극단까지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26일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올릴 특검법안은 일단 정의당 의원들의 발의안으로 결정했으며, 구체적인 수사 범위와 특검 후보 추천권은 추후 양당이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던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선회한 데는 정의당의 변심이 있었다. 당초 정의당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 여부를 논의해야 하며, 법사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사위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비교섭단체 몫으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소속돼 있어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여야 합의가 필요한 구조다.

하지만 지난 20일 정의당과 민주당의 비공개 원내수석 회동 이후 기류가 변했다. 정의당은 기존 입장을 바꿔 26일까지 법사위에 특검법안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27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패스트트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잠정 내비쳤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건은 180일 이내 심의를 마쳐야 하며, 법사위 60일을 포함하면 최대 240일의 숙려기간을 갖는다. 기간이 도과한 이후에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민주당 성향 무소속 등을 합치면 175~177석으로 정의당 6석이 더해지면, 정족수를 채울 수 있게 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27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은 내년 총선과 관계가 깊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240일의 숙려기간을 꽉 채울 경우 특검법 처리 시점은 올해 말이며, 본격적인 수사는 총선 직전이 된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김건희 여사 이슈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시에 돈 봉투 살포 의혹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수면 아래로 내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상실했던 '캐스팅보터'의 지위를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되찾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쌍특검 동의를 조건으로 선거법과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 민주당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특검법의 발효를 막을 순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가족을 수사할 특검을 대통령이 막았다'는 프레임을 가동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민주당과 정의당의 합의를 '검은 야합'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노란봉투법'과 '쩐당대회 돈봉투'를 바꿔먹은 검은 거래의 악취가 사방에 진동하는 상황"이라며 "이 법안들이 이렇게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두고두고 '돈봉투 방탄 3법'(쌍특검, 노란봉투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당과 정의당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법안과 정치적 이익을 바꿔 먹을 작정이냐"며 "대문에는 '민주'와 '정의'를 걸어두고 뒤에서는 '입법독재'와 '불의'로 국민과 민생을 더럽히는 행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의 야합이 막장드라마로 끝난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키기 위해 소위 '4+1 협의체'에 참여해 민주당이 추진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에 동참한 바 있다. 정의당은 그 대가로 얻어낸 준연동형 비례제로 독자 교섭단체 구성의 희망에 부풀었으나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민주당의 공식·비공식 비례위성정당이 두 개나 등장하며 비례의석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양분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실질적으로 캐스팅보터의 지위를 잃었음은 물론이고, 본래의 정체성까지 흔들렸던 흑역사로 기록된 사건이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여야 대치 끝에 본회의 직회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전해철 위원장은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경과했음에도 아직 법안에 대해 구체적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다음 회의 때 국회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본회의 직회부 표결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