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내자" 美바이든, 2024 대선 도전 공식(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4. 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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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적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매치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3분4초짜리 영상을 통해 "일을 끝내자(Let`s finish the job). 나는 우리가 할 수 있음을 안다"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4년 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나는 우리가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앞으로 몇년간 더 많은 자유를 가질지 더 적은 자유를 가질지, 더 많은 권리를 가질지 더 적은 권리를 가질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것이 내가 재선에 출마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는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나의 첫 임기동안의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또 "모든 국민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공정한 기회를 갖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혁명이 돼어선 안된다"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자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삭감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줄이고 여성들이 어떤 헬스케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 지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들이 지지해온 사회보장 삭감, 낙태권 폐기 등을 정면 겨냥한 비판들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MAGA 발언이 나올 때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권 잠룡 중 한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어깨에 팔을 얹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캠페인 영상의 시작도 1·6 의회 폭동사태 당시 장면들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출사표는 '민주주의 수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미국에 대해 알고 있다. 우리가 선량하고 품위있는 국민임을, 정직과 존엄을 존중하는 나라임을 안다"며 "우리는 혐오에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누구에게나 성공을 위한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세대의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수호에 맞서 싸웠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 투표권과 시민권을 위해 일어서자"면서 " 지금이 바로 우리의 순간"이라고 지지를 촉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공식화한 이날은 2020년 첫 대선 당시 출마를 선언한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빈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도 러닝메이트로 2024년 대선에 함께 나선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노동 운동의 아이콘인 세자르 차베스의 아들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상원의원 선거에 7번 출마했고 대통령 및 부통령에 4번 도전하는 인물(바이든)의 마지막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격동의 2024년 대선 캠페인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재출마에 열광하는 민주당원은 거의 없으나, 많은 이들이 대통령 자리를 (민주당이) 유지하는 데 그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에 대한 우려, 불안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의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지금까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작가인 메리앤 윌리엄슨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당초 현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름까지 출마 선언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일정 등을 고려해 지난 대선 출마 선언 4주년인 이날 출사표를 던지기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으며 2020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제치고 제 46대 미 대통령에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4 대선 출마 동영상에 담긴 '정치적 맞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이미지출처=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매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24년 조 바이든을 물리쳐야 한다"고 지원금을 요청했다. 그는 불과 몇년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피해를 끼쳤다면서 이민정책 등을 질타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공화당 대권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앞서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율로 디샌티스 주지사(24%) 등을 압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성관계 입막음 의혹 등으로 기소되면서 공화당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성사될 경우 이는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거 1950년대 공화당 소속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애들레이 스티븐슨을 2연속(1952년, 1956년) 꺾었다. 당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두 선거 모두 큰 표차로 승리했다. NYT는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을 언급하며 "230년 이상의 미 역사를 통틀어 26명의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후 재선에 출마했고, 지난 100년 동안 패배한 이는 단 4명뿐이다. 이 불운한 사람들은 1932년 허버트 후퍼, 1980년 지미 카터, 1992년 조지 부시, 2020년 도널드 트럼프"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 유권자 10명 중 4명이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 가능성에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번주 공개된 야후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 결과, 응답자 38%는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9%는 두 사람의 재대결에 두려움을, 23%는 슬픔을 느낀다고 각각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여론은 각각 70%, 60%에 달했다. 반대 이유로는 현재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가 1위로 꼽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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