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한다는데…반도체 ETF ‘활활’ 아직 늦지 않았다
최근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올해 상반기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도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도체 기업 주가가 상승세에 올라탔다.
다만 이미 지수가 상승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도 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요한 점은 투자자의 신중한 상품 선택이다. 상품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포트폴리오에 원하는 종목이 편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선택이 수익률을 가를 전망이다.
하반기 갈수록 반등 기대감↑
올해 국내 주요 반도체 ETF 수익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압도한다. 4월 18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은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 31%,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29%, ‘KODEX Fn시스템반도체’ 28%, ‘TIGER 반도체’ 27%, ‘KODEX 반도체’ 27%, ‘TIGER Fn반도체TOP10’ 24%, ‘HANARO Fn K-반도체’ 19% 등이다. 같은 기간 15%(335포인트) 상승한 코스피지수와 비교해 상승폭이 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종목을 담은 상품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KODEX 미국반도체MV’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올 들어 각각 33%, 31%의 수익률을 올렸다. 아시아 시장 종목을 담은 상품 수익률도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29%, ‘TIGER 한중반도체(합성)’ 26%, ‘KODEX 한중반도체(합성)’ 26%, ‘KODEX 한국대만IT프리미어’ 19% 등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 기업 등 반도체 세부 섹터 4개 대표 기업들을 각각 20%씩 담는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연초 대비 39%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4개 대표 기업은 삼성전자, 엔비디아, ASML홀딩, TSMC. 나머지 20%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6개 종목에 투자한다.
이처럼 반도체 ETF 수익률이 높아진 이유는 하반기 반도체 반등 전망에 따른 관련 업체 주가 급등 영향이다. 반도체 업체 실적이 상반기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던 시점에 삼성전자까지 그동안 말을 아끼던 감산에 동참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반도체 하반기 반등론에 탄력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발표한 4월 7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8거래일 동안 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4.5% 올랐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ETF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반도체 투자에 편승하고 싶지만, 이미 높아진 지수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늦지 않은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반도체 종목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4월 19일 종가 기준 연말까지 10~20%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은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든 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에 동참하기로 한 덕분에 하반기부터는 재고가 감소하고 현물 가격도 오르면서 업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아직까지는 반도체 ETF에 투자해도 연말까지 약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20%대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00조원 수준이다. 과거 연간 영업이익이 400조원을 기록한 시기는 2020년인데, 당시 반도체지수는 4월 18일 종가 대비 25% 정도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반도체 감익 사이클은 평균 354일 정도 지속됐는데, 이번 사이클이 지난해 6월 이후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패턴상 막바지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현 주가 대비 20% 수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가총액 규모 연동 활발한 상품 추천
전문가들은 다만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반도체 ETF는 크게 KRX반도체지수를 추종하거나 에프앤가이드 반도체TOP1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삼성전자 편입 여부다. KRX반도체지수는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는 반면, 에프앤가이드지수는 삼성전자를 편입한다.
상품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Fn시스템반도체’와 KB자산운용의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는 SK하이닉스를 편입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반도체TOP10’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의 비중이 약 50%에 육박한다. 삼성자산운용의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편입하고 있으며, 여타 반도체 ETF에 담겨 있지 않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비중도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처럼 ETF는 여러 종목들을 담는 상품인 만큼,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얼마의 비중으로 편입돼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ETF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또는 반도체 소부장 종목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상품 간 차이가 크지 않다면 시가총액 규모와 연동이 활발한 상품을 선택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ETF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서 조급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 업체 감산으로 인해 업황 회복을 앞당길 수 있지만, 재고 정상화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거와 같은 급등 장세보다는 점진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은 일정한 사이클을 보이는 경향이 높다”며 “상반기에는 실적 부진 강도를 2분기까지 확인하면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반도체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전략이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익률 관점에서 무엇보다 전방위적 수요 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PC·모바일 등 가전과 자동차·데이터센터 등 전방위적 수요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업체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수요 회복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수요 회복이 이뤄진다면 주문량 증가와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실적에 반영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반도체 산업의 겨울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업계 펀드매니저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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