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탄핵 국면 때 군 동원해 박근혜 옹호 여론 조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조현천(64)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군을 동원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지 여론을 형성하거나 박 전 대통령 옹호 여론 등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가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8월 휘하 참모들을 시켜 예비역 장성 8명에게 인당 200만원을 지급하고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간담회를 개최하도록 지시했다. 예비역 장성들에게 지급된 활동비 1600만원은 당시 수행 부관과 비서실장, 지휘관리과장 등 부하 직원들이 개인 자금을 털어 상당 부분을 마련했다. 조 전 사령관은 예비역 단체가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홍보물을 제작하고 맞불 집회에 쓸 활동비 1400만원을 기무사 정보예산 등에서 빼내 건네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민간 보수단체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2016년 1월 부하 직원들을 시켜 “기무사가 갖고 있는 예비역 대장 명부에서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후보를 찾아보라”고 명령하고, 특정 후보 관계자들을 접촉하게 하거나 선거 분위기를 확인시키는 등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위법한 방법으로 전방위적인 여론 조작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17년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과 기무사 소속 과장 등을 시켜 예비역 장성, 보수단체, 보수 언론인 등에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사·칼럼이나 광고를 게시하게 하고, 촛불집회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시위를 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예비역 장성은 이런 지시에 따라 2016년 11월 10일 한 신문사에 박 전 대통령 옹호 칼럼을 게재했고, 다른 예비역 장성 역시 다음날 다른 신문사에 유사한 취지의 글을 기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조 전 사령관이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종북 세력 등이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것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14일 업무상횡령·직권남용·정치관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약 5년여간의 도피 생활을 끝내고 미국에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고, 보름 만에 재판에 넘겼다. 또한 조 전 사령관의 이런 행위들이 이후 계엄령 문건 작성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내란 예비·음모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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