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사회에 경종 울려 "당신은 누구십니까?"

윤성효 2023. 4. 25. 2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창노련문학상(1995년)·경남작가상(2021년)을 받은 표성배 시인이 펴낸 새 시집 <당신은누구십니까> (도서출판 수우당)에 실린 시다.

표성배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하늘은 / 누구의 하늘이 아닙니다. / 바로 당신 하늘입니다. /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 한 번도 하늘을 탐내지 않으신 당신 / 평생 성실하게 일만 한 당신 / 착하고 착한 당신 / 그래서 묻습니다. / 정말, /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성배 시인 새 시집 ... 4부에 걸쳐 74편 작품 실려

[윤성효 기자]

 표성배 시인 새 시집 <당신은누구십니까>.
ⓒ 도서출판 수우당
 
"관 속에서 망치 소리가 난다 (땅, 땅, 땅) 관 뚜껑을 열자 당신은 간데없고 반듯하게 누워 있는 망치 한 자루, 누가 저 망치질을 멈추게 할 수 있으랴"("당신은 누구십니까2" 전문).

마창노련문학상(1995년)·경남작가상(2021년)을 받은 표성배 시인이 펴낸 새 시집 <당신은누구십니까>(도서출판 수우당)에 실린 시다. 수우당에서 열 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시집은 총 4부로, 74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시집 뒤에 덧붙이는 '해설'이나 '시인의 산문' 대신 표성배 시인과 함께 활동하는 '객토문학동인'들이 시집을 읽고 각자의 시각을 짧은 산문 형식으로 덧붙여 놓았다.

표성배 시인은 나이 열다섯살이던 1979년에 첫 공장 생활을 시작했고, 정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공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바꿔내고자 머리띠를 묶기도 하는 그는 시를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노력해 왔다.

표성배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짧은 산문 형식이지만, 지문(괄호)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건네기도 한 것이다.

시집 표제가 된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시는 이 땅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심지어 천만이 넘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를 대변해 주는 정치인조차 선출해내지 못하는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알몸이었다 그 푸른 가슴에 안겼을 때도 그는 알몸이었다 내가 그의 품속에서 내일을 꿈꾸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알몸인 (그럼, 그동안, 내가 꾼 꿈은 어디로 갔나) 그는 여전히 알몸인데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공장을 사랑하고부터" 전문).

"픽─ 쓰러지듯 누워서는 무슨 꿈 꿀까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을까) 나무 그늘이 짧아 발목을 내놓고 잠들어 있는, 아니, 아니 언제라도 박차고 일어나 망치를 들고 수출 탑을 더 높이 높이 쌓겠다는 듯 꿈틀거리는 (저 푸른 힘줄 좀 봐) 점심시간이면 나무 그늘에 종이상자를 깔고 누워 습관처럼 내일을 꿈꾸기에 바쁜, 바쁜 당신은 누구십니까"("당신은 누구십니까 1" 전문).

"사실 한 두려움이 끝나면 다른 두려움 앞에 서 있었다 봄 햇살마저 지나치는 가난한 골목이 전부였던 시간, 내 마음에는 무슨 간절함으로 꽉 차 있었나 (해고자를 복직시켜 주세요 고용안정을 바랍니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게 해 주세요 노동자가 가슴 뿌듯한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도 노동자는 눈앞에 낚싯바늘을 둔 물고기처럼 위태위태한 시간입니다"("제 기도를 누가 들어나 줄까요" 전문).

표성배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감히 이 땅 노동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냐고.

박덕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노동은 언제나 땅 위에서 뻘뻘 땅만 보았고, 하늘은 무시로 무지개를 그렸지만, 축복이 없었으므로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세울 수 없었던 신기루에 못을 탕탕 박으며 노동을 붙들고 놓지를 않았다'고 했다.

박 시인은 "다시 태어난 노동은 이미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어미 자궁 속의 유영에서 시작되었고, 경주하던 올챙이 떼에서 시작되었건만 누가 노동을 우리들의 몫이라고 못 박았는가? 생의 본질이 노동인데 누가 우리에게 망치를 쥐어주었나? 호미질 괭이질에 못 박힌 노동에 바람처럼 불어서 니들의 머릿속으로 진입하라고 호통이 아니라 저.으.기. 누르는 눈빛으로 일타를 날렸다. 쓰읍! 방울뱀 소리를 내며 그가 일별한다. 노동자 너는 바로 너야! 너라니까?"라고 했다.

표성배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하늘은 / 누구의 하늘이 아닙니다. / 바로 당신 하늘입니다. /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 한 번도 하늘을 탐내지 않으신 당신 / 평생 성실하게 일만 한 당신 / 착하고 착한 당신 / 그래서 묻습니다. / 정말, /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했다.

의령에서 태어난 표성배 시인은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 <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자갈자갈>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