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뇌질환 치료하는 ‘X’… 간편하게 먹는 시대 눈앞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한다.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해 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분변(대변) 이식 대신 투약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치료제가 오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항생제 치료 외에도 미생물을 활용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더욱 확장되는 것이다.
몸무게 70㎏인 성인 1명당 39조(兆)개에 달하는 미생물들이 장기 곳곳에 있다. 약 30조개 있는 세포보다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상피세포 결합을 강화하고 면역 시스템을 훈련하거나 병원균 침투를 막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과민성장증후군·궤양성 대장염 등의 장질환, 치매·자폐 스펙트럼과 같은 뇌질환, 아토피·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심혈관 질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성장 중이다. 25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휴먼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억6980만 달러(약 3547억원)이고 2024년에는 6억9090만 달러(약 909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한다. 연평균 31.1% 성장률을 보이면서 2029년에는 13억7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로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체 내 공생 미생물은 인간 생존의 필수적인 기능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결국 효과적인 예방, 치료제의 개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경구약의 FDA 승인 여부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에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항암, 뇌질환 등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26일(현지시간) FDA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기업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임상 3상에 성공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장질환 치료제 ‘SER-109’의 승인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직장을 통해 치료제를 직접 투약해 번거로웠지만 경구용 치료제 시장이 열리면 복용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다. FDA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승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 스위스 제약사 페링파마슈티컬의 재발성 장질환(CDI) 치료제 ‘레비요타(Rebyota)’가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정식 승인됐다. 다만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정제해 만든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을 직장을 통해 투약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장 관련 질환을 주로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를 위해 치매, 호흡기 감염질환, 항암제, 자폐증, 건선 치료제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놈앤컴퍼니는 면역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GEN-00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상반기 내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자폐증 치료제(SB-121)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고바이오랩은 생균치료제 후보물질인 KBL697을 활용해 건선을 적응증으로 하는 ‘KBLP-001’과 염증성 장질환을 타깃하는 ‘KBLP-007’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건선의 경우 미국과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의 1·2상 임상시험계획을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아울러 최근 영국 및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4D Pharma)’가 보유 중인 신약후보물질 9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고형암·소화기질환·뇌질환·면역질환 등을 적응증으로 한다.
업계는 초입 단계인 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국내 6개 부처는 4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지원사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조원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종합 지원사업계획을 마련했지만 지원 사업의 범위가 넓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약의 제조 경쟁력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진출을 계획을 밝혔고 종근당바이오도 최근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CDMO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약 제조 및 제어 부문이 새로운 약물을 실현해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상업화를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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