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굶주린 토끼떼의 습격…스페인 농장 초토화 만들었다
스페인 현지 농민들이 극심한 가뭄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토끼들이 농장을 습격하는 상황이 벌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내 다수 지역은 지난해 여름이 기록적으로 더웠고 겨울은 유난히 건조했던 탓에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의 현재 저수량은 기존의 26%까지 떨어졌고, 저수지에는 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런 와중에 풀과 물이 부족해지자 토끼들이 농장으로 달려와 어린 밀과 보리, 포도 등 과일나무 껍질을 먹어 치우고 있어 카탈루냐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탈루냐의 농민 알렉 푸아는 가디언에 "팬데믹으로 2년간 아무도 토끼 사냥을 할 수 없었고, 토끼들은 점액종증(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까지 생겼다"며 "암컷 토끼는 두 달마다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탈루냐주 정부는 오는 9월까지 25만 마리 이상의 토끼를 사살해야 한다고 밝히고, 토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토끼 굴에 넣으면 독성 포스핀(인의 수소화합물) 가스를 방출하는 인산 알루미늄 사용을 허가했다.
한편 가뭄이 심각해지자 카탈루냐주 당국은 지난 2월 말 농업용수 사용량을 40%, 공업용수 사용량은 15% 감축하고, 생활용수는 주민 1명당 하루 평균 물 공급량을 기존 250L(리터)에서 230L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다음 달 기초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추가 감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은 가뭄에 자체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양조학자 마르타 카사스는 "아침 이슬이 포도나무 잎뿐만 아니라 잡초에도 맺히기 때문에 포도나무 주변에 잡초를 남겨두면 나무가 가뭄에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점점 더 가혹해지는 기후가 포도의 맛, 향, 당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와이너리는 메를로나 샤르도네와 같은 프랑스 품종 대신 재배 주기가 더 긴 수몰, 모뉴, 말바시아와 같은 토종 품종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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