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표결 이틀 전 나온 '간호사 처우 개선책'..."간호사·환자 비율 1:5로"

김나한 2023. 4. 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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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안 두고 갈등 악화에 발표 앞당겨
신규 간호사 임상 교육 1년으로
간호사 1명 당 환자 수는 16.3명→5명'
'PA 간호사' 업무 범위도 정한다
지난해 1월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코로나19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레벨D방호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5명(상급종합병원 기준)까지 줄이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지금은 간호사 한 명이 환자 약 15명을 보는데, 간호사 인력을 늘려서 이 숫자를 대폭 줄이겠단 뜻이다. 또 신규 간호사들이 1년간 교육전담간호사로부터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간호사 단체가 입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간호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이틀 앞두고서다. 앞서 이 대책은 다음 달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복지부는 “최근 간호법안에 대한 일련의 갈등이 악화하고 있다”며 사실상 ‘달래기용’으로 정책을 앞당겨 발표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대책에는 간호 인력을 늘리고, 간호사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복지부는 간호사의 절대 숫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 일정 기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린다. 얼마나 늘려야 할지는 ‘간호인력 수급위원회’를 꾸려 정할 예정이다. 또 간호대학으로 편입하는 편입생들이 더 빨리 졸업할 수 있도록 할 방안도 내놨다. 편입하면 곧바로 3학년이 되는 일반 대학과 달리 간호대학은 2학년으로 편입해서 3년을 더 다녀야 졸업할 수 있는데,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게 하겠단 거다. 이번 방안 마련에 참여한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는 “실습 등 간호대학 교육 과정상 꼭 거쳐야 하는 과목들이 2학년에 배치돼 있어서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2학년부터 다녀야 했다. 이 교육과정을 재편해서 2년 만에 마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간호사를 더 많이 채용하게 하는 방안도 담겼다.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6~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종합병원 기준 16.3명에 달한다. 조 장관은 “대형 병원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다섯 명 환자를 간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간호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는 병원엔 재정지원을 더 많이 하도록 건강 보험상 간호 인력 지원 수가를 개편할 계획이다. 또 현재 간호조무사 1명은 환자 30~40명을 보는데, 이 비율도 1:8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저연차 간호사들의 현장 적응을 돕고, 잦은 이직을 막기 위한 대책들도 내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2%로 다른 전체 산업군 이직률 대비 3배 이상 높다. 신규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이 47.7%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복지부는 2~3개월에 그치는 신규 간호사의 임상 교육 기간을 1년으로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병동에서 신규 간호사들을 가르칠 교육전담간호사를 모든 병원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는 지금은 국공립병원 정도에서만 시범운영 되고 있다. 신 교수는 “최소 인력을 법적으로 확보하거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넣는 식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00병상당 1명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또 주로 간호부서 관리자급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임상 간호 교수가 될 기회를, 최근까지 현장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로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 '간호법 제정'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병원 묵인 하에 존재하는 이른바 ‘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PA 간호사는 수술을 보조하거나 처방을 대신 하는 등 의사의 진료 보조 역할을 하는데 국내에선 이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또 현재 운영 주체가 의료기관과 장기요양기관 등으로 나뉘어 있는 가정 방문형 간호 서비스도 통합해 운영할 방침을 밝혔다.
오늘 직접 브리핑에 나선 조 장관은 간호법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직역 간) 독립 법체계가 구비된 외국과 달리 우리는 70년간 의료법 단일 체계를 유지했다. 특정 직역만 분리하는 게 다른 직역과 전체 체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책에 대한 간호사 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5년 동안 하던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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