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한병 사다 주세요’ 무연고 이씨의 마지막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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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수급자인 이씨가 남긴 마지막 생존 흔적은 숨지기 한 달 전 동네 주민센터 직원에게 "생수 한 병 사다 달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난치병까지 앓고 있는 그는 밑반찬 등을 가져다주는 목사에게 "사실 외로워서 입맛이 없다. 여기 좁은 방에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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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고령화 쇼크 속 늘어나는 고독사
1인가구 중 65세 이상 계속 늘어
지난 1월 26일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설 연휴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때였다. 그의 죽음을 외부에 알린 건 냄새였다. “옆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씨의 죽음을 처음 확인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검게 변해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은 설 연휴에 급성심장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초수급자인 이씨가 남긴 마지막 생존 흔적은 숨지기 한 달 전 동네 주민센터 직원에게 “생수 한 병 사다 달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발견 당시) 냉장고나 주방에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세상과 단절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연고사로 처리됐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2020년 31.2%(647만7000가구)에서 2050년 39.6%(905만4000가구)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인층에서 증가 속도가 빠르다. 1인가구 중 65세 이상 가구의 비중은 같은 기간 25.0%(162만가구)에서 51.6%(467만 가구)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씨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1인가구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만큼 잠재적인 고독사 위험도 증가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1인가구가 늘어난다는 건 위험에 빠졌을 때 심리, 사회, 정서적으로 균형된 삶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1인가구일수록 고독사 고위험군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인가구 중 외로움을 느끼는 비중은 62.1%, 몸이 아프거나 위로와 돈이 필요할 때 연락할 사람이 없는 ‘사회적 고립’ 비율은 13.6%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과 사별, 실직 등을 겪은 중장년 남성층이 사회적 고립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서구 다세대주택 옥탑방에 혼자 살던 70대 A씨는 키가 170㎝가 넘지만,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몸무게가 45㎏까지 빠졌었다. 난치병까지 앓고 있는 그는 밑반찬 등을 가져다주는 목사에게 “사실 외로워서 입맛이 없다. 여기 좁은 방에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A씨는 옥탑방을 떠나 현재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전국을 돌며 일용직 생활을 했던 B씨(62)도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나빠져 돈을 벌 수 없게 됐다. 가족과는 오래 전 연락이 끊겼다. 그는 집주인에게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도 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덕분에 그는 현재 기초수급자 지원과 자살 예방 상담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1인 노인가구 증가와 고독사 위험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순둘 교수는 “이들이 고립되기 전에 도움을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문턱도 낮아져야 한다. 가족과의 관계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서비스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초고령사회에 베이비부머로 인해 급증할 1인 초고령 노인가구에 대한 정책적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백재연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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