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테라·루나' 신현성 기소…"불가능성 알고도 추진"(종합)

황서율 2023. 4. 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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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남부지검, 신현성 등 10명 불구속 기소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총괄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테라 프로젝트'가 법적 규제, 가격고정 알고리즘의 허구성 때문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업임을 알고도 추진했다고 봤다.

신현성 등 10명 불구속 기소

25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테라폼랩스 창업자인 신 전 대표를 비롯해 창립멤버 3명, 테라 법인 임직원 4명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티몬 전 대표 유모씨는 신 전 대표로부터 부청청탁을 받은 대가로 약 38억원 상당의 루나코인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A씨는 신 전 대표의 요청으로 은행 부행장 등에게 청탁을 알선하고 대가로 약 1억6000만원 상당의 루나 코인을 수수한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 8명은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허위로 홍보하고 거래를 조작해 루나·테라 코인이 거래되도록 함으로써 약 4629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하고 약 3796억원을 상습 편취한 혐의(자시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특경법상 사기)를 받는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투자계약증권인 루나 코인을 주조하고 투자자들에게 배분·판매 해 증권을 모집하고 매출행위를 한 혐의(자시법상 공모규제 위반)도 있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는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 코인을 예치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19.56%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면서 다수로부터 약 515억개 상당의 테라 코인을 예치받은 혐의(유사수신법 위반)도 있다.

신 전 대표에게는 일반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차이페이에 테라 블록체인이 이용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3년 동안 차이페이 결제정보 1억7000만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적용됐다. 무단 유출된 결제정보를 테라 블록체인에 복제했을 뿐임에도 테라 블록체인 기술이 차이페이에 사용돼 수수료를 절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허위 홍보했다.

신 전 대표는 이 같은 사업을 표방한 '차이 프로젝트'를 별도로 추진해 허위 홍보 및 거래 조작을 통해 투자사들로부터 '시리즈 투자' 방식으로 차이 전환우선주 투자금 1221억원을 편취한 혐의(자시법상 사기적부정거래)도 받는다. 피해금의 상당 부분은 고용노동부·중소기업중앙회 기금 등 공적자금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표에게는 특경법상 배임 횡령 혐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6월께 국내 루나 코인 보유자 수는 약 10만명, 시가총액은 약 3300억원이었지만, 폭락 사태 이후인 지난해 5월 기준 보유자 수는 28만명으로 늘어난 반면 시가총액은 339억원이다.

"'테라 프로젝트' 실현 불가능 알면서도 추진"

검찰은 신 전 대표와 권 대표가 테라 프로젝트가 법적 규제, 테라 가격고정 알고리즘의 허구성에 따라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었음을 알면서도 이를 추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법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바지 사장을 내세워 차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한 후 금융당국을 상대로 테라 블록체인과 무관한 사업인 것처럼 일반 간편결제 사업을 위한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했다. 반면 투자자들을 상대로는 간편결제시스템인 '차이페이'에 테라 블록체인이 이용된다며 허위 홍보해 투자금을 유치했다.

신 전 대표 등 프로젝트 초창기 멤버인 7명은 루나 코인 1억3000만개를 미리 받기로 한 상태에서 허위홍보를 통해 루나 코인의 상장에 성공했다. 이들은 테라 코인은 수요가 거의 없어 가격고정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음에도 '트레이딩 봇'을 이용해 자전거래를 반복하면서 테라 코인 거래량을 부풀리고, 특정 가격을 설정해 매도·매수 주문을 반복해 가격이 유지되도록 조작했다.

이들은 미러프로토콜을 통해 판매되는 가상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으로 인해 미국 주식의 가격을 따른다고 허위 홍보했으며, 가상자산 전체 물량의 80%를 보유하며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조작했다. 2021년 3월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후에는 앵커 프로토콜 테라 예치자에 대한 이자를 돌려막기 방식으로 보전하고 있음에도 테라 코인을 예치하면 연 19.56%의 이자를 지급하고 이자 재원은 가상자산의 스테이킹 보상 수익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허위 홍보하기도 했다.

2021년 5월께 약 2조원에 불과했던 테라 코인의 유통량은 지난해 5월 약 1년만에 21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전까지는 인위적인 테라 코인 매입을 통해 가격 고정이 가능했지만 코인 유통량이 10배 급증하면서 가격 고정(페깅)이 가능한 범위를 초과해 결국 테라·루나 사태가 일어났다. 검찰은 테라 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같은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며,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지 않는 한 유지될 수 없는 '폰지 사기' 구조라고 봤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서 신 전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둘 다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코인을 홍보하고 조작을 통해 테라폼랩스가 굴러가는 것처럼 기획한 것은 신 전 대표다"며 "앵커 프로토콜만 보더라도 신 전 대표는 계속적으로 홍보를 했고, 자신이 보유한 루나 코인의 시세가 올라가자 이를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버블 붕괴 이후 이들이 폭락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처분하면서 최소 4629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앵커프로토콜 출시 시점부터 루나 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해 폭락 직전까지 최소 1541억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해 약 2468억원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루나 코인 증권성 있어, 몰수보전 재상고"

검찰은 신 전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 코인이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해 기소한 사례는 국내에서 첫 사례다.

검찰은 우선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 상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테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루나 코인 발행 및 판매'로 약 5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고 사업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테라 프로젝트의 사업성과가 루나 코인에 귀속돼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에도 충족한다는 설명이다. 테라폼랩스 일당도 스스로 테라 블록체인 수요가 증가하면 루나 코인의 가격이 증가한다는 점을 홍보해 투자를 유인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신 전 대표에 대한 몰수보전 청구 항고가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재상고했다. 지난 2월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신 전 대표에 대한 몰수보전 청구가 기각된 데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에 대해 "루나 코인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왜 금융투자 상품이 아닌지, 금융투자 상품의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며 "법원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재상고를 제기한 상황이다"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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