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농장 초토화…범인은 '굶주린 토끼들'

스페인 농장 곳곳서 굶주린 토끼떼 습격 받아
농민들, 가뭄·산불에 토끼까지 덮쳐 이중고

스페인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굶주린 토끼들이 농장을 잇달아 습격해 현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의 농민들이 농작물을 먹어 치우는 토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가뭄과 산불 등으로 고전 중인 현지 농민들이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늘어난 토끼들로 인해 농작물 피해까지 입고 있다는 것이다. 농장을 습격한 토끼들은 어린 밀과 보리, 포도 등 과일나무 껍질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카탈루냐의 농민 알렉 푸아는 "팬데믹으로 2년간 아무도 토끼 사냥을 할 수 없었고 토끼들은 점액종증(토끼에게 발병되는 바이러스)에 면역까지 생겼다"며 "암컷 토끼는 두 달마다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말했다.

또 카탈루냐 베르두 인근에서 포도나무와 올리브, 병아리콩 등을 재배하는 농민 후안 삼보다는 "올해도 작년과 같이 건조한 한 해가 된다면 포도나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카탈루냐주 정부는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9월까지 25만마리 이상의 토끼를 사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 같은 개체 수는 지역 사냥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한편 현재 스페인 내 다수 지역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으며, 겨울은 유난히 건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카탈루냐 전체 저수량은 기존의 2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가뭄이 심각해지자 지난 2월 카탈루냐주 당국은 농업용수 사용량을 40%, 공업용수 사용량은 15% 감축하고 생활용수는 주민 1명당 하루평균 물 공급량을 230ℓ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