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사흘간 17번 지진, 위기경보 '관심' 발령…"추이 지켜봐야"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간 17회 지진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원전 등 시설 점검에 나섰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개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오전 5시 30분 지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경보 발령 이후에도 낮 12시 2분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고, 오후 3시 55분에는 동해시 북동쪽 50㎞ 해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오후 들어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며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면 정부 각 부처는 관심 지역의 국가 시설 관리를 강화한다. 기상청은 관측 장비를 점검하고 동해안 지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울진·고리 등 원전 시설물을 점검하고, 국토교통부는 도로 시설물을, 환경부는 취수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
큰 지진 전조 증상?…행안부, 전문가 모여 긴급 회의
25일 오후 행안부는 기상청을 포함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과 모여 현재 동해의 잦은 지진이 큰 지진의 전조 현상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했다. 박덕근 행안부 지진방재과 과장은 “여러 전문가가 논의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의 전개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공통된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관심’ 단계를 유지하면서 유관 기관과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인데, 만약 오늘 밤에라도 지진 규모가 커지거나, 발생 빈도가 잦아들지 않으면 ‘관심’에서 ‘주의’로 단계를 상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주의’단계에 진입하면 정부 관련 부처들은 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유발할 수준의 사고가 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에 들어가고, 이후 ‘경계’ 단계 발령 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다.
기상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과장은 “같은 지역에서 17회 연속 지진이 사흘 동안 일어난 게 흔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고, 현재로선 앞날을 예측할 수준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도 76차례의 지진이 연속으로 발생하다 멈춘 적이 있다. 3.1 규모 한 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2.0 이하 미소지진이었다. 국내 관측 사상 최대인 5.8 규모 지진이 발생한 2016년 경주 지진의 경우는 5.8 규모 지진 이전에도 규모가 큰 5.1의 지진이 한 차례 발생했고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반복되는 전조 증상은 없었다.
이번 연속 지진은 이 지역에 과거부터 있던 단층이 최근 활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과 교수는 “아직 예후를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지만, 동해에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거나 몰랐던 단층이 있고, 그 단층에 에너지가 쌓여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규모가 작은 지진이 연속 발생해 단층에 쌓인 에너지가 해소될 수도 있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지진이 크게 발전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지진 발생 위치가 지하 25㎞ 이하라는 점을 고려할 때 큰 지진이 나더라도 해일이 발생할 우려는 낮아보인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해역 지진 대부분이 해안 50㎞ 밖에서 발생했다. 만약 50㎞ 이내에서 진도 6~7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면 연안 지역의 건축물에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4월 19일에는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지금보다 규모가 큰 4.3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내륙 피해는 없었다. 1996년 1월 24일 발생한 규모 4.2 지진 수준 지진도 강원도 양양시 동쪽 80㎞ 해역에서 발생해 동해 연안에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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