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증권”…테라·루나 사기, 자본시장법 적용 첫 기소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가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루나 코인을 재차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라고 판단했다. 암호화폐 관련 형사 기소에서 증권성이 적용된 국내 첫 사례다.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암호화폐 '테라' 프로젝트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이날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테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허구였다”며 신 전 대표를 비롯한 테라폼랩스 일당 10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공모규제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테라·루나의 가격고정(페깅)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테라 프로젝트를 강행하고, 이를 현실 경제에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허위·과장 홍보해 루나의 시세를 띄우는 등 최소 462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테라 프로젝트 금융사기의 구조. 사진 서울남부지검

검찰은 루나의 증권성을 판단한 근거로 루나 코인이 테라폼랩스의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됐고, 실제 수익이 일당에 분배됐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테라 코인에는 미국과 달리 증권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테라 코인은 테라폼랩스에서 판매한 하나의 상품 내지는 서비스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측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법원은 루나의 증권성을 주장하는 검찰의 재산 몰수보전 청구를 거듭 기각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항고법원 재판부는 금융투자상품(증권)이 아닌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법리오해로 보고 재항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루나와 유사한 코인들이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증권에 해당하는 코인에 대해서만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일관된 방침을 공표해왔다”며 “현재 유통되는 코인들 중 (루나처럼) 증권인 코인이 있을 순 있지만, 루나가 일반적인 구조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증권인 코인을 발행해 법을 위반했다는 측면보다는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이 사건의 죄질에서 더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로이터=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당국에 체포·구금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국내 송환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권 전 대표는 미국 뉴욕 검찰로부터도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권 대표와 함께 붙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CFO는 미국이 인도 청구를 하지 않아 들어오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 CFO만 들어와도 많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 전 대표는 권도형 대표와 결별 이후 폭락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 전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검찰의 주장은 객관적 실체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고도 사업의 강행했다는 검찰의 대전제가 잘못됐다”고 곧장 반박문을 냈다. 이어 “권도형과 결별하면서 테라에서 차이의 조직 및 사업을 완전히 분리했다. 테라 블록체인을 차이 결제에 활용한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했다거나, 테라·루나의 설계 결함을 알고도 발행을 강행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