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찾으러 전국 돌았다…일단 '법카' 주고 내보내는 기업들

유지연 2023. 4.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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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 죽까쓰 샌드위치’ ‘불타는 버건디 햄버거’ ‘눈물 찔끔 삼각김밥’…. 지난 2021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편의점 이마트24에서 판매된 ‘매운맛 상품’ 시리즈이다.

이 제품은 모두 내부 조직 ‘딜리셔스 탐험대’를 통해 개발됐다. 각 부서에서 차출된 1997~84년생 약 10명의 MZ세대 직원에게 ‘트렌디한 먹거리를 개발하라’는 임무를 맡긴 결과물이다. 이들은 먹거리 탐험을 위해 전국 20곳이 넘는 매운맛 맛집을 다녀왔다.

이마트24는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된 '딜리셔스 탐험대'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매운맛 맛집 돌고, 캐릭터 우주 보내고


이마트24의 ‘딜리셔스 탐험대’는 현재 2기 팀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딜탐’은 20·30세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고, 트렌디한 먹거리와 문화 콘텐트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젊은 세대 특유의 감성과 재미를 즉각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MZ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24 '딜리셔스 탐험대' 2기는 회사 캐릭터 원둥이를 우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 이마트24


이처럼 체험·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기업들이 아이디어 조직을 구성·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이디어 중추 역할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기민하게 파악해 업무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물론 업무의 연장이면서도, 일종의 ‘외유성’ 활동에 내부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제주도로 여행 떠나 ESG 체험


대상웰라이프가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사내 ‘ACE 프로그램’도 비슷한 사례다. 부서·연차에 상관없이 3~4명씩 팀을 꾸려 최장 9일(주말 포함)의 국내·외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당 300만원의 여행비용이 지원된다. 단순 여행 차원보다는 조직문화 개선과 아이디어 개발 등의 목적이 크다.

이 회사 이승해(33·6년차)·김진홍(28·2년차)·박형근(28·1년차)씨는 지난해 12월 제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여행’을 다녀왔다. 전기차를 빌려 타고 다니며 풍력발전소를 견학하고, 제주에 있는 대상 물류센터 등을 방문했다. 박형근씨는 “사무실에만 갇혀서 일하다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업무도 해 볼 수 있어 재충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상웰라이프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충전 및 아이디어 개발 차원으로 'ACE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제주로 ESG 여행을 다녀온 임직원들. 사진 대상웰라이프

‘청년 중역회의’ 여는 회사도


광동제약은 G2(대리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청년 중역회의 ‘주니어보드’를 운영 중이다. 1년간 특정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한 뒤 경영진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한다. 그동안 다른 부서와 점심을 함께하는 ‘크로스 미팅’, 내근직 사원과 영업 직원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1일 영업 체험’, 매주 금요일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캐주얼 데이’ 등이 실현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앞으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MZ 소비자를 잡는데,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광동제약은 대리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청년 중역회의 '주니어 보드'를 운영 중이다. 사진 광동제약

임원급 가던 해외 출장도 ‘Z’가 간다


침대 회사 시몬스도 이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박람회에 3~6년차 주니어급 12명을 보냈다. 보통 임원들이 가는 해외 출장인데, 올해는 대리급이 주축이 된 것이다.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은 “미래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실무진들이 가서 영감을 얻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회사의 주축이 된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젊은 직원들은 자신이 소모적 자원이 아닌 회사의 중요한 일원으로 여겨지고 의견이 실제로 반영된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며 “또한 직원은 일종의 ‘내부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충성도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복지 제도와는 다른 방향의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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