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이냐 "재자연화"냐…정부·환경단체 물 해법 놓고 충돌

강찬수 2023. 4. 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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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일 대구 문산취수장 앞 낙동강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4대강 보를 채워 물그릇으로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보를 헐고 흐르는 강으로 재자연화할 것이냐.
25일 정부와 시민·환경단체가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며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배덕효 세종대 총장이 공동위원장인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제2기 국가물관리위 첫 회의를 열고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심의·의결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8회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배덕효 민간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 민간위원 위촉식에서 배덕효 민간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책은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가뭄이 오더라도 생활·공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루 61만㎥의 용수를 더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영산강·섬진강의 댐을 서로 연결하고, 댐의 바닥에 깔린 사수(死水)까지 사용하는 방안과 영산강 죽산보의 물을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생명의 강 3000인 선언대회'로 맞불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생명의강 3000인 선언대회'에서 피켓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하지만 이날 오후 시민·환경단체는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에서 '생명의 강 3000인 선언 대회'를 개최하고 윤석열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에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와 5대강 유역협의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한국작가회의 등 4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으며, 행사 시작 전까지 3600여 명이 서명한 '선언문'도 낭독했다.

이들 단체는 '4대강 또 죽이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고, 준공 이후부터 극심한 녹조가 창궐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며 가뭄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수문을 다시 닫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 자연성 회복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생명의 강을 살리는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의 강 3000인 선언대회에서 발언을 하는 한국환경회의 민만기 대표. 강찬수 기자

한국 환경회의 민만기 대표 등 이날 참석자들은 4대강의 녹조 문제와 남세균 독소 위험을 지적하면서 "강은 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물관리위 결정은 무효"


영산강 섬진강 가뭄대책
이날 행사에서는 배덕효 국가물관리위 공동위원장이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따라서 (제1기 국가물관리위에서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를 의결할 수도 있다"라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위촉식 당일인 이날 배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했을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됐다.

민변에서 참석한 이정일 변호사는 "국가물관리위의 25일 결정은 '물관리기본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말했다.
물관리기본법이 주는 메시지는 국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과 국가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유역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한 것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감사원은 국가물관리위가 법을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물그릇론(論)을 자꾸 강조하는 것은 물관리위원들에 대한 압박이나 부당한 지시로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유역물관리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역물관리위 소관 사항을 국가물관리위에서 다루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오염된 물은 농업용수로 못 써"


2021년 1월 20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인근의 영산강물이 뿌옇다. [중앙포토]
영산강 살리기 네트워크 관계자는 "영산강의 승촌보나 죽산보는 광주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이 70%이고, 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미나리 농사뿐"이라며 "이런 실상도 모르고 보에 물을 채워 생활용수·농업용수로 사용하려 하느냐"고 국가물관리위 결정을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김수동 공동대표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나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등을 모두 '조건부 동의'해준 '조건부 장관'"이라며 "환경운동연합이 앞장서서 한 장관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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