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난티 땅 수백억 비싸게 산 삼성생명, 대표이사도 수사

김민중, 박현준 2023. 4. 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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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삼성생명이 2009년 아난티로부터 수백억원 비싸게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검찰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전 대표는 문제의 거래 당시 삼성생명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이었다. 검찰은 투자심의위원회가 부실 검증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표이사 등 투자심의위원 9명 줄줄이 소환 전망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2009년 6월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토지 1852㎡와 건물을 약 10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할 당시의 투자심의위원 9명 가운데 6명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앞으로 전 대표를 포함한 나머지 위원 3명도 소환 조사할 전망이다. 전 대표와 투심위원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수사 경과에 따라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호텔·리조트기업 아난티는 2009년 4월 고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 측으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약 500억원에 매수하기로 계약했는데, 잔금을 치르기도 전인 같은 해 6월 삼성생명에 1000억원을 받고 매도하기로 계약했다. 계약서에는 아난티가 땅 위에 건물을 지어 넘긴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2010년 12월 조기에 인도하기로 변경하는 계약을 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정가보다 수백억원 비싸게 땅을 사들였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삼성생명이 최초 매수 계약서를 쓸 당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전 대표 등 위원 9명이 부실하게 검증을 한 탓에 이상 거래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계약 두 달 전 아난티가 반값에 매수 계약서를 썼던 부동산”이라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삼성생명이 적절한 매수 가격을 가늠하기 위해 문제의 부동산과 단위 가격이 비슷한 비교표준지를 분석해야 했는데, 두 배 비싼 비교표준지를 택한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투자심의위원들에게 허위 보고가 올라간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비교표준지에 최근 거래가 없었는데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꾸며졌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아난티와 매수계약서를 쓸 당시 부동산 소유권이 아난티에 완전히 넘어간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넘어가 있는 것처럼 보고가 된 부분도 허위보고의 일환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뉴스1

삼성생명 “부실검증 아니고 허위보고 없어”…일부 과실만 인정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측은 중앙일보에 “전 대표 등은 부실검증을 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아난티가 당초 500억원에 매수 계약한 사실을 투자심의위원들이 파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미래에 얼마가 될지,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동산을 원래 얼마에 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위 가격이 두 배 비싼 비교표준지를 택한 것과 관련해선 “비싼 비교표준지를 골랐기 때문에 시세보정치를 1.35로 계산했다”라며 “만일 저렴한 비교표준지를 골랐다면 시세보정치를 1.9~2.0 정도로 했을 것이고, 전체 매수 가격은 동일하게 나왔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또 계약 당시 아난티에 소유권이 없었는데 있었던 것처럼 허위 보고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허위 보고를 한 게 아니라 관련 언급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교표준지와 관련한 부동산 거래가 없었는데 있었던 것처럼 허위 보고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종결 거래가 아니라 추진되고 있는 거래를 언급한 거였는데 ‘잠정’ 거래라고 표시하지 않은 걸 과실로 본다면 과실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투자심의위원회 문제 외에 검찰은 당시 일부 삼성생명 전·현직 임직원 3명 등과 아난티 임직원이 짜고 이상 거래를 한 뒤 아난티의 회삿돈 수억원 이상을 횡령해 나누어 가진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이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홍규 전 아난티 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해 10억원가량의 수표를 장부에서 누락하는 등 허위공시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달 6일엔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김민중·박현준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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