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 파티 이어 '미니피그' 등장…대구 이슬람사원 돼지 전쟁
"오죽하면 내가 애완용 돼지를 사서 키우겠습니까. 정말 절박한 심정입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58)씨는 25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애완용 돼지(미니 피그·Miniature Pig) 2마리를 30만원씩 주고 샀는데 마당에서 키우기로 했다”며 “이슬람 사원 건축 예정지 주변에서 매일 돼지 2마리를 산책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애완용 돼지를 키우는 건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경북대 서문 주택가에는 오는 6월쯤 이슬람 사원이 완공된다. 1년 반 동안 법적 공방 끝에 이슬람 사원 공사를 막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9월 나왔지만, 대현동 주민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돼지를 불경스럽게 여긴다. 주민들은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돼지를 이용해 반대하고 있다.
박씨는 애완용 돼지 이름을 ‘대한이’와 ‘민국이’로 지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뜻이다”며 “사원이 들어서면 기도 소리 등 소음에 시달리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사원 건축지 바로 옆에 거주하는 70대 주민도 “사원에서 내려다보면 집 마당이 훤히 다 보이는데 무섭다”고 했다.
이곳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은 벌써 3년째다. 대구 북구가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한 2020년 9월부터다. 이 시설은 북구로부터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원은 2층 규모(연면적 245.14㎡)로 지을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2020년 2월부터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이슬람사원 외형이 갖춰지자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다.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북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슬람사원 건축주 측은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건축주 손을 들어줬다.
공사가 재개되자 주민 반발은 점점 거세졌다. 비대위는 사원 건축지 인근 골목에 삶은 돼지머리 2개를 놓아두기도 했다. 이날도 건축지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열렸다. 권요한 인권윤리포럼 운영위원장은 팻말을 들고 “자기 집 앞에 짓는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는가. 이는 종교 문제를 넘은 주권 침해다”라고 주장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적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숫자는 150~200명으로 추정된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와 가까운 곳에 기도할 공간이 있으니 공부하면서 종교적 의무(하루에 다섯번 기도)를 이행하기도 편하다”며 “혐오와 차별을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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