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부터 충격적, 이정선이 넘나든 재즈-포크-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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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트로 열풍에 발맞춰 1990년대 대중가요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습니다.
틀에서 벗어나 주관이 뚜렷한 이정선의 음악에 매료된 젊은 가요 마니아들이 그의 작품을 재발굴하고 있다.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 이정선은 가요의 소구력에 포크와 블루스의 장르적 깊이를 더한 < 30대 >로 타임라인의 정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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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트로 열풍에 발맞춰 1990년대 대중가요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습니다. 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염동교 기자]
▲ 이정선 7집 < 30대 > 앨범 이미지 |
ⓒ 한국음반 |
최근 몇 년 사이 LP 붐이 불며 가요 음반에 대한 수요도 다시금 높아졌다. 한국 대중음악의 거목 이정선의 음반들도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틀에서 벗어나 주관이 뚜렷한 이정선의 음악에 매료된 젊은 가요 마니아들이 그의 작품을 재발굴하고 있다.
반세기의 긴 경력을 가진 이정선은 결코 송창식이나 조용필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를 얻지 못했으나 장르적 색채가 명확한 음악 세계를 건설했다. 직접 써낸 교본 <이정선의 기타교실>은 많은 기타 학도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다. 4인조 포크 그룹 해바라기와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이광조와 함께한 밴드 풍선 등을 거쳐 1985년에 발표한 7집 < 30대 >는 포크와 블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개성파 음반이다. 프로그레시브 록 전문 레이블이기도 한 시완 레코드에서 발매했다.
1980년대에 삼십 대가 가지는 무게감은 지금과 또 달랐다. 어깨가 무겁고 청춘과의 괴리감도 느낄 시점이다. 삼십 대 중반에 선 이정선은 설렘과 슬픔이 교차하는 긴 연가를 남겼고 한 여인을 향한 심상이 서정적인 노랫말로 시각화되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 대변하는 선율 감각도 탁월했다.
▲ <이정선의 기타교실> 교본 |
ⓒ 음악세계 |
첫 곡 '우연히'부터 충격적이다. 재즈와 포크를 넘나들며 흡사 조니 미첼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의 표상이며 MBC 음악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커버하기도 했다. 보사노바풍 '곁에 없어도 당신은'은 변성룡의 달콤한 건반 연주를 담았다. 과장하지 않되 시대를 반보 앞서갔던 세련된 편곡이며 가요의 이름 아래 각 장르의 장르성을 파고드는 솜씨다.
전반적으로 나무 질감의 어쿠스틱 음향으로 채운 음반이지만 간혹 등장하는 일렉트릭 블루스로 신촌블루스를 예고했다. '울지 않는 소녀'의 전기 기타 후주와 오르간과 기타의 합세로 블루스 가요를 구현한 '바닷가에 선들'로 포크와 블루스 양 진영의 선구자임을 입증했다. 신촌블루스의 첫 번째 라이브 음반 <신촌Blues 라이브 Vol.1>에도 수록된 '건널 수 없는 강'의 은은한 하모니카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2인조로 개편 전 해바라기의 음악적 특질을 반영한 <해바라기 2집>(1979)과 세심한 포크 음악을 직조한 1981년 작 <이정선 6 1/2> 등 삼십대 초반에 대표작을 써냈고 1980년대 후반의 신촌블루스 활동과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이정선의 음악 세계는 넓고 깊다.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 이정선은 가요의 소구력에 포크와 블루스의 장르적 깊이를 더한 < 30대 >로 타임라인의 정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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