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인가, 허풍인가…2나노도 아직인데 1나노까지 하겠다는 日 반도체 드림팀
2025년까지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일본 반도체연합 라피더스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1㎚ 공장까지 추가로 짓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기술 수준은 40㎚에 멈춰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데, 삼성전자·TSMC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1㎚ 반도체까지 생산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2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최근 일본 현지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훗카이도 지토세(千歲)에 건설할 신규 반도체 공장의 세부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공장 부지에는 두 동 이상의 제조동을 만들어 1동에서는 2025년 로직 반도체 파일럿(시험) 생산을, 2027년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한 동에서는 2㎚의 다음 세대(1㎚)를 만들 것”이라며 “미래에는 3~4동까지 확장해 각 동에서 순차적으로 기술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케 사장은 “현재 직원 수는 100명 정도이며 올해 안에 두배가 될 것이다. 시험 생산을 진행하려면 300~500명의 직원 수가 필요해 내년 이후 채용을 더욱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부활’을 위해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 UFJ은행 등 일본의 국가대표급 회사 8개사가 힘을 합쳐 만든 연합체다.
日 정부, 라피더스에 2조6000억 추가 지원
일본 정부도 이런 라피더스의 야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국무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피더스에 2600억 엔(약 2조6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지원하는 금액은 기존 700억 엔(약 7000억원)을 합쳐 3300억 엔(약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원금은 지토세에 짓기로한 공장 설비 확충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반도체 야심’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우선 기술 문제다. 자체 기술이 없는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2㎚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라피더스 연구진과 기술자가 미국 뉴욕주 소재 IBM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면서 협업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가 이를 문제 삼으며 IBM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14년 IBM의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했다. “IBM이 이미 사업부를 매각했음에도 지적 재산과 기업 비밀 등을 자사의 동의 없이 라피더스에 제공해 부당한 이익을 받았다”는 게 소송의 취지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였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훗카이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라피더스 일본 내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도 단계가 있어 하나씩 성공하고 쌓아 올라가는 것인데 현재 기반이 없는 라피더스가 2㎚에 이어 1㎚까지 하겠다는 건 업계에서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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