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휴전 '필사의 엑소더스'...기시다 "일본인 도운 韓 고맙다"
24일(현지시간)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내전으로 격화 중인 수단에서 분쟁 당사자인 정부군(SAF)과 반군(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 RSF) 사이에 72시간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민 구출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 교민 28명은 탈출에 성공해 25일 귀국했다.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재로 수단에서 유혈 충돌 중인 양 군벌이 24일 자정부터 사흘간 휴전에 들어간다. 이는 수단 내 체류 중인 세계 각국 외교관과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조치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지난 48시간 동안 치열한 협상 끝에 SAF와 RSF가 한시적으로 전국적인 휴전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RSF 측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휴전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수단에선 지난 15일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SAF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 간 무력 충돌이 벌어져 현재까지 사망자 최소 450명, 부상자 3700여 명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자국민 구출을 위한 수송기가 속속 도착하는 등 현지 교민 대피 작전이 본격화 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감시·정찰 자산을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22일 미국 대사관 직원과 제3국 외교관 등 100여 명을 우선 대피시켰고, 수단 내엔 미국·수단 이중 국적자를 포함해 미 시민권자 1만6000명이 남겨진 상태다.
영국은 ‘72시간 휴전 합의’ 이후 수단에서 자국민 철수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 군용기가 하르툼 외곽 비행장에 도착했고, 영국 여권 소지자들을 탑승시키고 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정부가 직접 수단 내 영국 시민들에게 연락하고 출국 경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단에 체류 중인 영국 여권 소지자는 400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 교민 28명은 24일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전날 수도 하르툼에서 출발해 동북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한국 공군의 C-130 수송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공항에 도착했다. 25일 대형 수송기인 KC-330을 타고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알아라비아 방송은 한국 교민의 제다 공항 도착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 군 관계자들은 교민들에게 환영의 의미가 담긴 다과와 장미꽃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일부도 한국 교민과 함께 철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5일 “한국·아랍에미리트·유엔 등의 도움으로 수단 내 일본인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알프레드 무투아 케냐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수단에서 (러시아의) 바그너그룹이 (군벌간 충돌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바그너그룹이 개입하는 것은 수단에서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가져오는 요소”라고 경고했다.
무투아 케냐 장관 역시 “수단의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는 외국과 다른 단체의 개입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바그너그룹은 자신들의 용병은 이미 2년 전에 수단에서 빠져나왔다며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수단의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평화 협정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수단의 두 군벌에게 ‘휴전 협정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고 24일 밝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수단의 분쟁 당사자인 두 군벌과 일주일 이상 직접 대화를 나눴으며, (협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이는 수단의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작업이며, (두 군벌이) 역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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