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韓반도체 괴롭히는 미국, 저게 동맹인가"

"한국 기업들 생존 공간 좁아질 것"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에 한국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나서자, 중국 관영 매체가 "오만으로 가득 찬 괴롭힘(bully) 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 정부는 미국산 반도체의 중국 판매가 제한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게재한 사설에서 "미국의 반도체 왕따 전략으로 한국 기업들의 생존 공간이 더 좁아졌다"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매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의 최근 실적이 악화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업체의) 실적 부진은 칩 제조 부문의 시장 공간이 다양한 요인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마트폰부터 PC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수요가 침체해 메모리 칩의 가격과 수요 모두 급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중 반도체 산업망의 협력을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도 한국 반도체 기업의 상황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한국 반도체 업체는 완전히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다"라고 주장하며 "대중국 억제 전략에 동참하면 한국 반도체 제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뿐"이라고 했다.

또 "한국 반도체 업체가 기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한국은) 완전히 미국의 '속국(vassal)'이 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 기업에 하는 짓은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 관행이며, 결코 자신의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지난 23일 영국 금융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대(對)중국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 D램 반도체 부족분을 판매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며 미 정부가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둔 날 나온 보도다.

이와 관련해 FT는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는 동안 백악관이 한국에 요청한 것"이라며 "윤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마이크론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다. 특히 D램 분야에선 삼성,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 안보 심사판공실은 마이크론제 제품에 대해 '안보 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반도체 중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대해 심사를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또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포함해 약 30개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