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육해공 투입된 첫 구출작전 ‘프라미스’
최근 군벌 간 무력충돌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대피·철수한 우리 교민 28명이 25일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육·해·공군전력이 해외작전에 총출동해 성공한 첫 사례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교민들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은 이날 오후 3시57분쯤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교민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은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15일부터 하르툼에서 시작된 수단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사이 교전은 수단 전역으로 번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위험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교민 안전을 위한 군 수송기 급파를 결정했다. 교민 철수 작전에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공군 공정통제사(CCT),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DDH-II·4400t급) 등 육·해·공 최정예 부대를 동원했다. 작전명은 ‘프라미스(promise·약속)’다. 정부의 재외국민보호 약속과 우방국들에 대한 국가간 약속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단 현지의 정보를 얻기 위해 지부티나 아프리카 사령부 등에 파견되어 있는 우리 측 장교들의 노력이 필요했고 미 정보기관들과의 협조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수송기가 수단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영공을 통과해야하는 16개국의 협조가 필요한데 통상 2주정도가 소요되지만 하루만엘 모두 협조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육·해·공군 전력 투입한 재외국민 구출작전 첫 사례공중 수송작전 사실상 불가능해 육로로 30여시간 넘게 이동UAE 경호 받으며 이동했지만 차량 고장으로 인해 시간 지연
우리 교민들은 하르툼 소재 우리 대사관에 모인 건 지난 15일이다. 당장 신변은 보호받았지만 탈출을 위한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교민들을 태울 C-130J 수송기와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배치된 미국 기지는 하르툼에서 직선거리로 1200㎞나 떨어져 공중수송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특히 하르툼의 공항은 양대 군벌의 충돌로 폐쇄된 상태였다.
교민들의 이동경로는 최종 육로로 결정됐다. 교민 28명은 한국 대사관에서 대형버스 1대에 몸을 실었다. 현지 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탓에 육로 이동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예상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피난민과 유엔 직원들이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한 점을 참조했다. 23일 오전 차량을 타고 직선거리로 840여㎞ 떨어진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 포트수단로 향했다. 차량 이동에만 30여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들은 포트수단에 대기 중이던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에 올라 경유지인 홍해 건너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고, 이후 우리시간으로 이날 오전 2시54분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을 이용해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수단 내 한인 29명 중 현지 국적 취득자 1명은 우리 대사관 측에 잔류 의사를 밝혀 귀국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또 정부는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우방국, 인접국 국민들과 함께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리 교민들이 탑승한 대형버스 1대 외에도 5대의 버스가 뒤를 따랐고 이 버스에는 아시아 등 다국적 외국인들이 탑승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대형버스를 지원해 준 것은 물론 경호 임무까지 맡았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 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병력을 투입할 경우 자칫 내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UAE 측은 우리 교민의 육로 이동 지원 의사를 전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육로로 이동하는 동안 수단 신속지원군(RSF)과 UAE 대사관이 이들이 탑승한 45인승 버스를 호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또 수단 정부군·반군 양측에 제3국 교민 철수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협상을 중재했다.
대형버스가 포트수단에 도착한 시간은 24일 21시 40분쯤(한국시간)이다. 처음엔 도착지 포트수단까지 차로 13~15시간 걸리는 820㎞ 경로를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안전을 위해 돌아가는 경로로 바꿔 이동에만 약 33시간이 걸렸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중간에 쉬거나 경로를 바꾸는 등 긴박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위 차량의 타이어가 여러 차례 펑크가 나면서 이동이 지연됐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교민들은 쉴 틈 없이 1시간 뒤쯤인 22시 30분에 포토수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으로 C-130J 수송기를 타고 출발했다. 이어 제다 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은 공군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고 25일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교민들은 이날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환영식이 끝나면 관계부처로부터 건강상태 확인 등 조치를 받은 뒤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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