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역습' 시작됐다…가계대출 연체율, 코로나 이전 수준 돌파

김남준 2023. 4. 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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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연체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아직 절대 수치로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빌린 돈의 연체율 상승이 하반기로 갈수록 가팔라질 수 있어, 금융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올라온 가계대출 연체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5일 금융감독원은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1월 말과 비교해 0.05%포인트 상승한 0.3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 연체율(0.25%)과 비교하면 0.11%포인트 급등했다. 2020년 8월(0.38%)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다만 2월 신규 대출의 연체율은 0.09%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전체 은행 계정 원화 대출금 및 신탁 대출금에서 한 달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비율로 연체율을 집계했다.

특히 2월 말 원화 대출 중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0.32%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말(0.19%)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 2월 말 연체율(0.3%)까지 처음으로 넘어섰다.


신용·중소기업 대출이 연체율 상승 주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신용대출이다. 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연체율(0.64%)은 전월 대비 0.09%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 2월 말(0.37%)과 비교해도 0.27%포인트 폭등했고,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 말 연체율(0.43%)은 이미 넘어 섰다. 변동금리 비중이 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0.39%)도 1월 말과 비교해 0.0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 말(0.54%)보다는 아직 낮다. 하지만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은 2월 말 연체율(0.47%)이 전월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0.09%)이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출 연체율, 올해부터 오른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선 코로나19 시기 받았던 신규 대출의 연체율이 올해 말부터 본격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를 연장 등 적극적인 금융 지원책을 펼쳤다. 이 영향에 코로나19 때 빌린 돈은 과거와 비교해 낮은 수준의 연체율을 보였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절정이던 2020년 4분기 연체율(0.9%)이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4분기(1.1%)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가 올해 9월이면 끝난다. 또 연체율이 통상 신규 대출 후 1~2년의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과거 사례대로면 코로나19 확산 시기 빌렸던 돈의 연체율은 올해부터 급증할 수 있다. 여기에 가라앉고 있는 국내 실물 경기도 가계의 대출 상환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고금리와 정부 대출 규제 영향에 신규 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수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연체율은 연체 대출 금액을 전체 대출 금액으로 나눠서 계산하는데, 모수가 되는 대출 금액이 줄면 그만큼 연체율로 더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다.


충당금 더 쌓는 은행들…“제2의 전세 사기 우려”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그룹은 충당금을 과거보다 더 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충당금 산정 시 과거 지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출의 낮은 연체율 지표가 충당금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면, 적정 수준보다 적은 충당금을 쌓을 수도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이나 카드사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연체율 상승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면서 “특히 자산 가격 하락에 무리하게 빚을 져 투자에 나선 사람의 연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제2의 전세 사기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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