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교수·목사 모두 "일본 편들며 연일 망언, 대통령 맞나?"

김보성 2023. 4.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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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못 받아들여" 윤 대통령 WP 인터뷰에 쏟아진 비판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WP는 24일 윤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워싱턴 포스트(WP)> 인터뷰 내용을 놓고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각을 세워온 부산의 종교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연일 일본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는 건 대통령의 역사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청년들도 "한일관계 개선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쓴소리를 냈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걸 보면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른다. 대통령의 독선으로 나라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실언, 망언이 쏟아진다. WP와의 인터뷰 발언은 일본의 극우 대표가 한 말 같다. 지금이 일제 강점기인가?"

25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만난 박철 부산샘터교회 원로목사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 "며칠 전에는 영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더니, 마치 나라를 팔아먹는 영업사원 1호가 되고 있다"라는 비판이 중단없이 이어졌다.

"WP에 한 발언, 일본 극우 대표와 뭐가 다른가"

부산예수살기를 이끄는 박 목사는 지난달 24일 천주교 사제단에 이은 종교계 시국기도회를 주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불거진 굴욕외교 논란을 꼬집으며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강론했다. 공감 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완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단 비판이었다.

이번엔 독일의 신학자로 히틀러의 교회 공격에 맞섰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어록을 가져왔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게 악이다", "미친 운전자가 행인들을 치고 질주할 때 목사는 사상자의 장례를 돌보는 것보다는 핸들을 뺏어야 한다." 박 목사는 윤 대통령을 운전자로 빗대며 "이대로 놔둔다면 대형 사고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의 교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포럼지식공감 대표인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대통령이 유럽의 상황과 우리나라·일본 외교 관계를 비교한 것을 두고 몰역사적 인식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미셸 리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트위터. 미셸 리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 미셸 리 트위터 갈무리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 독일은 1970년 빌리브란트 수상이 폴란드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최근에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사과하는 등 일본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단 설명이다.

유 교수는 "과거 잔혹한 (전쟁범죄) 행위에 반성없는 일본의 행태에도 윤석열 정부가 용서뿐만 아니라 온갖 특혜를 주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이 우선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WP와의 인터뷰 발언 내용도 결국 이러한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로 봤다.

청년들은 윤 대통령의 역사관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단 의견을 나타냈다. 고성운 청년가치협동조합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인 (사죄배상) 것도 해결하지 않고, 100년 전 일이니 덮어주고 나아가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좀 경악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더라도 이런 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단 견해를 보였다.

"인터뷰 진심인가, 혼미해", "왜 양금덕 할머니가 싸우겠나"

그는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대표는 "청년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다. 한 명의 국민으로 이해할 수가 없단 얘기"라며 "변명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을 향해 제대로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30대 정치인인 서지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은 WP 영문 인터뷰 내용을 페이스북에 그대로 공개하며 "이 인터뷰, 진심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서 의원은 "삼일절 연설, 제3자 배상안까지 모든 과정에 있어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그 충격·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쐐기를 박는 발언이 나왔다. 오해가 아니었다. 혼미하다"라고 반응했다.

대통령을 방어하고 있는 여당에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평화의소녀상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운동에 참여한 소녀상을지키는시민행동 소속 부산겨레하나의 김유란 사무처장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다. 그래서 양금덕 할머니 등이 싸우고 있는 게 아니냐"라며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고 일본의 관점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국민의힘의 주어 오역 주장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일본 총리나 대변인 같다'라는 비판은 당연한 민심"이라며 "결국 인터뷰를 한 외신 기자가 발언문 공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당이 자꾸 초점을 흐리고, 거짓 해명을 한다면 국민 여론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는 100년 전의 일(역사)을 가지고 (일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안 된다', (용서를 위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관련 기사]
- 윤 대통령 "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꿇어라? 못 받아들여" https://omn.kr/23n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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