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너무 쉽게 생각해" 분노유발 남편에 오은영의 일침
[이준목 기자]
건강과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서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중년 부부, 그런 부모님을 걱정하는 아들의 속깊은 위로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2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가장 아내 VS. 방관 남편, 가방 부부' 편으로 벌써 10년째 사라진 대화로 인해 고민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담겼다.
아내는 22년의 결혼 생활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장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남편이 결혼 초기부터 생활비를 못준다고 해 그때부터 생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남편의 수입이 불안정해서 제가 벌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현재 독박육아에 강제 'N잡러'로 생활하고 있는 일상을 공개했다.
아내는 방과후 줄넘기 강사, 퀵배, 사이버 대학 수업 등을 병행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는 피곤한 몸과 졸음을 억지로 견뎌야했고, 운전을 오래하느라 화장실에 갈 시간도 부족하여 물이나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편은 본래 육류 유통업을 하다가 결혼 10년 차 이후 현재는 중고차 매매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결혼 초기에도 생활비로 가져다주는 수입은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 정도였고, 중고차 매매업으로 전환하면서 수입이 더 불안정해졌다고. 그나마도 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아 남편은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빈둥거리고만 있는 실정이었다. 현재 남편은 아파트 대출금과 보험료 100만 원 정도만 간신히 부담할 뿐, 그 이외의 모든 생활비는 모두 아내가 감당해야 했다.
오은영은 가방부부의 특징으로 "그동안 경제적으로 갈등이 있는 부부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가정 경제에 대한 의논이 없고, 서로 궁금해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그 배경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귀가한 부부는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않고 대화가 없었다. 아내는 "남편이 '힘들겠다. 수고많다'고 해주면 좋겠는데 이제는 기대를 안 하게 된다"는 속내를 밝혔다. 남편을 대신하여 아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은 아들의 몫이었다. 아내는 "아들이 하소연을 받아주니까 자꾸 투정 아닌 투정을 하게된다. 아들의 격려나 위로에 힘든 것도 눈녹듯 녹아내린다"고 말했다.
남편은 비교적 한가로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사일을 돕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귀가하여 빨래나 요리같은 살림도 모두 혼자 소화해야 했다. 민망해진 남편은 "방송에서는 제가 안 움직이는 모습만 나왔다. 청소 등은 제가 분담해서 맡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아내는 곧바로 "아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청소를 맡기 시작한 것도 불과 작년부터다"라고 반박했다.
아내는 모처럼 남편에게 장을 보러 마트에 갈 것을 제안했지만 남편은 일이 있다며 거절했다. 아내는 주변 지인들에게는 신뢰와 배려가 있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며 "제게는 공감이 안 된다. 저한테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라고 꼬집었다.
결국 홀로 마트를 다녀온 아내가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낑낑대는 모습을 보여도, 남편은 여전히 본체만체 그저 휴대폰을 붙잡고 통화에만 열중했다.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분명히 보고서도 마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한 남편의 태도에 패널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구입만 해놓고 사용하지도 않은 채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골프채와 자전거를 거론하며 남편에게 쌓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남편은 "사용하고 싶은데 의사가 하지말래서 못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반박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보니 남편은 5년 전 뇌출혈이 발병하여 건강에 큰 위기를 겪었던 일이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후로도 지금까지 뇌전증 등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편이 몸을 사리고 아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것도 바로 건강문제 때문이라고. 남편은 "몸이 너무 고단하고 힘드니까 핑계 같지만 집안일을 못 하게 되고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남편이 가정사에 더 무심해진 데는 가족들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남편은 "수술을 했는데 퇴원 후에도 아내와 아이들이 몸은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아서 너무 얄미웠다"고 밝히며 힘든 아내를 외면하는 게 어느 정도 고의성이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은 남편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아내 또한 3년 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아내는 불과 수술 3주 만에 다시 생계를 위하여 일을 하러 나와야 했을 만큼 책임감이 강했다.
아내는 "남편은 아프기 전에도 생계를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아프면서 심지어 알리지 않은 빚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퇴원하고도 6개월간 전혀 일하지 않는 남편을 보고 답답했다"고 폭로하며 본인도 아픈 몸을 이끌고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고백했다.
아내의 제안으로 부부는 10년 만에 대화를 위하여 마주앉았다. 아내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이렇게 힘든 부분이 당신이 쓰러진 이후부터인가 생각해봤다. 그게 아니라 결혼 초부터였다"고 말문을 꺼내며 "이제는 가장으로서 수입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남편은 "중고차 사업을 통하여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더 나아지려나 하고 계속 기다렸지만 달라진 게 없다. 만약에 사업이 안 되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며 남편의 기약없는 희망을 꼬집었다. 남편은 중고차 사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아내의 보험금까지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고. 아내는 당장 하루하루의 생활이 걱정의 연속이었지만, 남편은 구체적인 내용없이 "지금은 준비중"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동안 함께 오래 살아도 대화가 전혀 없었던 부부는 서로의 정확한 경제상태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내가 "그래서 구체적으로 생활비를 얼마나 줄 수 있다는 거냐. 앞으로도 생활비는 보장 못한다는 이야기냐"라고재차 따지자, 남편은 "지금은 모른다. 수익이 난다고 해도 일정하게 사업자금으로 모아놔야 하기 때문에 생활비로 다 줄 수는 없다"고 했다. 10년 전과 전혀 진전이 없는 답답한 현실에 부부의 대화는 소득없이 그대로 중단됐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남편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경제관념을 지적했다. 현재 남편은 친구에게 투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유지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남편은 채권자가 친구라는 이유로 당연히 갚아야 할 빚을 언제까지 갚는다거나, 투자받은 만큼 수익을 공유하는 데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한 모습을 보이며 듣는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듣다가 정색한 오은영은 "죄송하지만 남편은 돈을 너무 쉽게 보시는 것 같다. 남편이 돈에 대한 개념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시는건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은영은 "'잘되면 돈을 갚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친구가 부모나 가족도 아닌데 이유없이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지 않냐"라고 일깨우며, 생활비에 대해서도 "4인가족의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남편이 100만 원을 줬다고 해서 생활비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프고 힘들어서 가사일을 못하겠다'는 남편의 핑계에 대해서도 오은영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은영이 남편의 진단서를 분석한 결과 수술이 잘 됐고 회복도 양호한 상태로 드러났다. 오은영은 "남편 분이 불편하신 게 가사를 함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하며 "병원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하게 뇌압을 올릴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은 하셔야 한다. 너무 안 움직이시더라"고 의료인으로서의 냉철한 팩트를 짚었다.
오은영은 서로에게 무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서 사과와 화해를 주문했다. 아팠을 때 서로 챙겨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똑같이 위로와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 다만 오은영은 "아내는 평생을 생계를 책임져왔다. 남편분이 아프고 난 뒤 알게 된 빚까지 처리하느라 뛰어다녔다. 그런데 남편은 '몸은 괜찮냐'는 말 한마디 안 해줬다는 걸로 틀어져 있다. 전후 관계와 총량을 봐야 한다"고도 덧붙이며 아내 쪽의 손을 들어줬다.
병으로 인하여 이프고 힘들었던 시간, 서로에게 위로받지못했다는 서운함은 부부 모두 마친가지였지만, 정작 아내는 그런 와중에서도 가장이자 주부로서의 책임감을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혼생활 동안 스스로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은 결여된 채 자신의 서운함만 내세워 이기적인 행동을 합리화하는 남편의 철없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오은영은 앞으로의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솔루션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서로 대화를 구체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아내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면 남편이 가사를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마지막으로 노력했는데도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면 '졸혼'도 고려하시라고 권한다. 물론 그전에 끝까지 노력해 보는게 우선이다. 노력했는데도 변화 없다면 그런 것도 생각해야한다"며 평소와는 달리 냉정한 해결책도 덧붙였다.
한편 상담 말미에는 현재 군 입대한 아들이 부부에게 전하는 영상 메세지가 나왔다. 평소 힘든 엄마를 이해하며 살뜰히 살폈던 아들은 본인의 군입대보다,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남겨질 부모님 생각에 더 고민이 많았다.
아들은 "아빠가 원래 하던 일을 못하고 수입도 많이 줄고 엄마가 돈도 벌고 가사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다. 제가 알바라도 해서 도와드렸으면 어땠을까 싶다"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어 아들은 "부모님이 서로 감정 터놓고 이해하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 힘들었지?'라는 간단한 말 한마디에도 위로를 얻고 힘을 얻는 것 같다. 작은 행동이나 말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서로 배려해주시면 좋겠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아들의 속깊은 진심과 격려에, 부부와 오은영마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은 "잘 자란 아이들이 제 역할을 잘 해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를 향한 사랑과 걱정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오랜 상담과 아들의 고백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은 부부는, 조심스럽게 "앞으로는 서로를 위하여 대화를 더 많이 시도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변화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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