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감독 교체... 위기의 토트넘, 미래 있을까
[이준목 기자]
▲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 |
ⓒ AFP/연합뉴스 |
혼돈에 빠진 토트넘 홋스퍼의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뉴캐슬전에서 참패를 당한 토트넘이 결국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 대행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토트넘은 지난 25일(한국 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니엘 레비 회장의 성명서를 전했다. 레비 회장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결과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 경기를 보는 심정은 참담했다. 이는 나를 비롯해 보드진,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 책임은 나의 몫이다"고 주장하며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현재 직책을 내려 놓을 것이다. 라이언 메이슨이 뒤를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지난 23일에 있었던 뉴캐슬전에서 1-6으로 완패했다. 당시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콘테 감독 시절부터 주로 사용했던 3백이 아닌 4백을 들고 나왔으나, 이반 페리시치,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 등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된 수비라인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21분 사이에 무려 5골을 내주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출전 티켓이 걸린 4위 경쟁을 펼치던 토트넘에게 뉴캐슬전 완패는 '승점 6점짜리' 이상의 타격이었다. 자연히 무리한 전술변화를 시도한 스텔리니 감독대행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토트넘 선수들도 스텔리니 감독대행의 지도력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등 영국 현지 언론들은 레비 회장이 뉴캐슬전 이후 토트넘 선수단과 긴급 회의를 가지고 스텔리니 감독대행의 경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서 토트넘은 올시즌에만 2명의 사령탑을 잇달아 경질하며 '대행의 대행'체제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토트넘은 지난 3월 27일 콘테 감독과 결별한 바 있다. 2021년 11월 부임한 콘테 감독은 올 시즌 성적부진과 개인 건강 문제 속에 구단과 선수들을 비난하는 논란의 인터뷰로 도마에 올랐고 결국 약 1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문제는 시점과 대안이었다. 토트넘은 UCL 티켓을 걸고 한창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즌 막판, 불과 리그 10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콘테의 경질을 선택했다. 콘테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감독을 바꾸기에는 결코 좋은 타이밍도 아니었다.
더구나 콘테를 내보냈음에도 정작 콘테 감독의 '2인자'였던 스텔리니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긴 토트넘의 선택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스텔리니 대행은 코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감독으로는 검증된 인물이 아니었다. 선수단을 강하게 휘어잡을만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도 없었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저메인 제나스 BBC 해설위원은 "토트넘이 시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스텔레니 선임을 혹평하기도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스텔레니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기간동안 토트넘은 4경기에서 1승 1무 2패에 그쳤다. 하위권 팀인 본머스에 2-3으로 충격패를 당했고, 4위 경쟁팀인 뉴캐슬에게 역사에 남을 참패를 기록했다. 수비와 팀워크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팀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어떤 희망적인 요소도 보여주지 못했다. 콘테 감독 시절까지 4위였던 순위는 5위로 떨어졌다. 현재 4위 맨유(승점 59점)는 토트넘보다 아직 2경기가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토트넘은 이로서 최근 3년여간 해마다 사령탑이 교체되는 불명예 기록행진을 또 이어가게 됐다. 2019-2020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된 것을 시작으로, 2020-2021시즌 주제 무리뉴, 2021-2022시즌 누누 산투, 2022-2023시즌에는 콘테와 스텔리니까지 4명의 사령탑이 줄줄이 줄줄이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올 시즌 세 번째 사령탑이 된 메이슨 코치는 2년 전 조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됐을 때도 잠시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경험도 있고 토트넘 선수단에게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서 스텔리니 대행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토트넘의 상황이 워낙 총체적 난국이라 과연 얼마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6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28일 맨유전(홈)을 비롯하여 5월 1일 리버풀(원정)-6일 크리스탈 팰리스(홈)-13일 애스턴빌라(원정)-20일 브랜트포드(홈)-29일 리즈전(원정) 순이다.
이중 4위 맨유- 7위 리버풀- 6위 애스턴빌라는 모두 토트넘과 치열한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이다. 전력상 토트넘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난적들이라 사실상 매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으면서 상대팀들이 1-2경기씩 미끄러지기를 기대해야 한다. 남은 경기수나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토트넘이 현재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토트넘에게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단 사실이다. 남은 시즌의 결과에 따라 어쩌면 뉴캐슬전 참패와 대행의 대행체제보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현재 4위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8위까지도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10년간 토트넘의 가장 낮은 순위는 2020-2021 시즌에 기록했던 7위였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는 고사하고 그보다 급이 떨어지는 유로파리그나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유럽클럽대항전이 멀어진다면 핵심 선수들의 '엑소더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 해리 케인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207골을 넣어 역대 득점 순위 3위에 올라 있지만 케인은 토트넘에서 뛰면서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무려 15년 동안 무관에 머물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 전력이 정점에 달했던 포체티노 시절에 우승에 근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며 팀의 전력과 상황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케인은 2021년에도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케인은 토트넘과 계약기간이 1년 밖에 남지않았지만 재계약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보인다.
케인의 행보는 자연히 파트너 손흥민의 거취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케인마저 떠난다면 앞으로 우승의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토트넘이 윈나우보다 리빌딩 모드에 돌입할 경우, 고액연봉자이자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의 입지 역시 애매해진다. 손흥민이 올시즌 전례없는 부진을 겪으며 폼이 크게 하락했다는 것도 토트넘에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12골(리그 8골)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예년에 비하여 하락한 득점력과 꾸준하지 못한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남은 시즌동안 개인통산 7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과 토트넘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을 이끄는 것으로 그나마 유종의 미를 기약하고 있다. 불안정한 미래 앞에 놓인 손흥민과 토트넘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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