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예금 증발… 韓 유탄 맞나 [3분 미국주식]
1분기 실적 발표 “보유 예금 40.8% 감소”
서학개미 순매수액 8위… 국민연금도 투자
미국 중소형은행의 지난달 유동성 위기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심각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0%나 급감한 예금 보유액을 공개했다. 이 은행의 주가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마감한 뒤 분기 실적을 발표한 애프터마켓에서 22% 넘게 하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이날 발표한 1분기 매출은 12억1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23달러였다. 1년 전과 비교한 매출은 13%, 순이익은 33%씩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취합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매출 11억5000만 달러, EPS 0.85달러를 상회했다.
은행업의 원천인 고객 예금 보유액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말보다 40.8% 줄어든 1045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산하 시장정보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에서 제시된 예금 보유액 추정치는 1450억 달러였다. 실제로 잔존한 예금은 전망치와 비교해도 28%나 부족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예금이 불과 한 분기 만에 40% 넘게 증발한 이유는 지난달 미국 중소형은행의 뱅크런 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스타트업들과 거래해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시그니처은행과 실버게이트은행은 지난달 뱅크런과 유동성 위기에 휘말려 파산하거나 폐업했다. 스위스 2위 은행이던 크레디트스위스는 자국 최대 은행 UBS에 인수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뱅크런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6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해 “심각한 예금 유출 위기에 직면했다. 개인 예금보다 금융기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수익성 압박도 예상된다”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나 강등했다.
미국 4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웰스파고를 포함한 대형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파산을 겨우 면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을 통해 예금 보유량 급감을 확인한 이날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2.2%(1.74달러) 상승한 16달러에 마감됐지만, 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간 외 매매에서 12.45달러까지 22.19%(3.55달러) 급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닐 홀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을 보고하면서 “대차대조표를 재조정하고 지출, 단기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직원을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를 삭감할 계획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매각이나 외부 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략적 선택지들을 추구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은행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난달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을 25만2427주, 한국투자공사(KIC)는 같은 시점에 13만7853주씩을 각각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에도 버티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에서 파산하면 한국은 국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의 올해 순매수액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10위권에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순매수액은 9714만2361달러(약 1295억원)다. 해외 주식 순매수액 8위에 해당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에서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3위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료 기업 코카콜라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앞두고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조정 매출은 10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가량 늘었고,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108억 달러를 상회했다.
순이익은 31억1000만 달러(EPS 0.72달러)로 1년 사이에 12%나 증가했다. 조정 EPS는 0.68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0.64달러를 웃돌았다. 고물가·고금리에도 견고한 코카콜라의 힘이 1분기 실적의 모든 항목에서 확인됐다.
코카콜라는 세계 5위 재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오랫동안 투자를 받아온 뉴욕증시의 대표 가치주로 꼽힌다. 다만 이날 주가는 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0.16%(0.1달러) 하락한 63.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영상·음악 콘텐츠를 세계에 배포하는 게티이미지의 지주사인 미국 게티이미지스 홀딩스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1.03%(1.57달러) 폭등한 6.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권·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사모펀드 트릴리엄캐피털이 게티이미지스 홀딩스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릴리엄캐피털은 게티이미지스 홀딩스가 주주 가치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주 종가의 2배에 해당하는 주당 10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했다. 트릴리엄캐피털은 “게티이미지스 홀딩스 이사회가 우리와 비공개 계약을 체결해 실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의결하길 촉구한다. 제안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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