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찰위성 안쏘고 계산기 친다? 北 '조용한 디데이' 왜

정영교 2023. 4. 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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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력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 '디데이(D-day)'로 꼽혔던 '항일 빨치산' 창건일인 25일이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일에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 창건일은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포진해 있는 데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90주년을 맞은 항일 빨치산 창건일을 계기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어 자신들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두 시간여 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의도된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을 맞은 이 날 북한은 별다른 특이 동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군 동향은 현재 관측하고 있지만, 특별히 얘기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대형행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찰위성 발사가 당초 관측보다 늦어지는 건 북한의 주장과 달리 관련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앞서 전문가들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해 3월 김정은이 확장 개축 및 현대화를 지시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준비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위성발사가 정당한 권리이자 우주개발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의 낙하 예상 지점을 아직 통보하지 않은 것도 발사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때마다 국제기구 등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해왔다.

또 북한이 기상 여건에 맞춰 '디데이'를 조정한 것일 수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북한 전 지역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다만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도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주문을 내놨기 때문에 북한이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 때문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관망하며 대내외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20~24일)이 끝난 직후인 25일에 ICBM을 쏘며 무력시위에 나섰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현지시간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정은도 정상회담 결과를 탐색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북한도 회담 결과를 주목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이미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물론 7차 핵실험이나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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