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방미 맞춰...美의회 "확장억제 요구사항 반영" 결의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미 상ㆍ하원 의원들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24일(현지시간) 내놨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과 마이클 맥콜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 등 상ㆍ하원 의원 15명이 발의한 ‘한ㆍ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 기념’ 결의안은 “미국은 정책과 군사 태세로 (한국의) 확장억제 요구사항을 반영하도록 계속 보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백악관과 국방부 등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이른바 ‘핵우산’을 뜻하는 대북 확장억제 제공을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확장억제가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양국 대통령이 적당한 시점에 밝히겠지만, 분명히 이에 대해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안보ㆍ경제ㆍ국민 간 유대를 심화시키길 촉구한다”며 “한반도의 평화ㆍ안보ㆍ번영과 인도ㆍ태평양 지역 평화의 핵심 요소인 한ㆍ미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대한 한국의 관여를 지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등) 공동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ㆍ미ㆍ일 3국 간 긴밀한 협력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결의안 내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대중국 포위망 등 전반적으로 한국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자유와 경제 발전을 수호하고 인권을 옹호함으로써 자유롭고 평화로운 인도ㆍ태평양을 향해 노력하고자 하는 한국의 열망에 고무됐다”며 “일본과의 협력과 관계 강화를 위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조야에선 현 수준의 확장억제만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과 대만을 방문했던 존 호븐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 21일 상원 본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의 미사일 프로그램부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위협이 적지 않다”며 “(한국ㆍ일본ㆍ대만이) 자체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이들에 대한 미사일 방어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등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미사일 방어 전력만으로는 고도화된 전술핵무기 등 북한의 동시다발 공격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우려다.
"한국 핵무장 결정하면 존중해야"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무장은 워싱턴이 아닌 서울이 결정할 문제’라는 제목의 24일자 칼럼에서 한국 내 핵무장 지지 여론을 거론하며 “북한 핵 프로그램의 급속한 확대를 고려할 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래에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미국에 (판도가 바뀌는) '게임체인저'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미국은 과도한 압박을 자제하고 민주적인 동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국의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큼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도 (국제사회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서다. 이는 "자국의 이익을 중대한 위기에 빠뜨리는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탈퇴할 수 있다"는 NPT의 예외 조항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는 또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현재의 확장억제에 대해선 “만약 2024년에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류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한국이 먼 동맹국을 대신해 핵전쟁의 위험을 감수하는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핵 위협의 증가,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 약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미국 내 지지 축소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핵 비확산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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