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관과 밥 먹다 돌연 체포된 中언론인…"간첩 혐의 기소"
지난해 수도 베이징의 번화가에서 점심 식사 도중 당국에 끌려간 중국 공산당 산하 신문사의 고위 간부가 간첩 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 기관지 광밍(光明)일보의 논설 부주임(부주필) 둥위위(董郁玉)에 대해 간첩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할 것이라고 지난달 그의 가족에게 통보했다. NYT는 “둥은 중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둥은 지난해 2월 21일 베이징 둥청구의 노보텔 신차오 호텔에서 일본 외교관과 점심을 먹던 중 돌연 체포됐다. 그가 붙잡혀 간 곳은 톈안먼 광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베이징의 중심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둥과 함께 밥을 먹던 일본 외교관도 연행 돼 수 시간 조사를 받았고, 일본 정부가 중국에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일은 당시 ‘중국의 일본 외교관 체포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일본 외교 차관이 도쿄 주재 중국 대사대리를 초치하는 외교 갈등 사태로 번졌다. 당시 중국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일본 외교관이 임무를 벗어난 활동을 했다”면서 “법과 규정에 따라 심문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둥은 미국·일본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둥의 가족과 변호인은 “그가 이대로 재판에 넘겨지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 61세인 둥은 광밍의 논설실 간부이자 칼럼니스트로, 체포 당시 은퇴를 3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둥은 베이징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7년 광밍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89년 텐안먼 사태 때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1년 간 노역을 했고, 이후엔 언론사에 복귀했다고 한다. 2006~2007년 미 하버드대 주관의 중견 언론인 연수인 니먼 펠로우십을 수료했고, 이후 일본의 게이오대·홋카이도대에서 방문 교수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WP는 “자유주의 사상가 둥은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계속 비(非)당원으로 남아 있었으며, 중국 체제 내부의 변화를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둥은 지난 2013년 ‘독립적인 중국 언론센터(ICPC)’ 외부 기고에서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관련해 “당의 몇몇 나쁜 행위자들의 작품”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그는 “당 내부에선 어떤 기준에 따라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을 순 있어도, 이들은 모두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당 전체를 대표한다”면서 “이 때문에 당은 이런 (나쁜 사람에 의한)정책의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썼다. 이에 앞선 2012년 NYT 기고에서는 “중국 정부가 공해 등 환경 문제를 간과하면서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했다.
NYT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둥과 같은 자유주의적 견해를 위한 공간이 사라져왔다”면서 “중국 언론인들의 자국 비판 기사는 내려졌고, 둥을 포함해 그들이 해외 언론에 기고하는 것도 금지됐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은 2017년 시 주석 집권 이후 광밍일보에 대한 검열을 진행했고, 2013년 둥의 문화대혁명 평가를 “반 사회주의적”이라며 문제 삼았다고 한다. 둥의 가족은 “둥은 당시 공산당원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직에서 소수파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둥의 석방 청원에는 미 WP의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베이징 특파원 출신의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 매튜 포틴저 등 전세계 전·현직 언론인 60명이 서명했다. WP는 “둥 외에도 중국 관영 CCTV의 국제 뉴스인 CGTN 소속의 청 레이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20년부터 장기 구금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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