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발언, 선제적으로 선물 보따리 푼 느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3. 4. 25.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이영광 기자]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만 문제를 언급해 러시아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태우 정부부터 쌓은 북방외교의 성과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이 발언이 24일부터 5박 7일간 이뤄지는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 한미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들어 보고자 지난 24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균형 외교나 우리 외교의 오랜 기조 중 하나였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게 사실상 실종된 상황이죠. 정부가 가치 외교를 표방하고 있기는 한데,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북한 문제 또 중국과의 지리적인 접근성 등 특수성이 있거든요. 그 특수성을 감안한 균형 외교 혹은 특수성을 감안한 가치 외교로 톤 조정이 되면 좋을 텐데... 지금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 우리 외교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오랫동안 표방해 왔던 전략적 모호성이나 균형외교 틀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로 보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 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 벌어지면 인도 지원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했어요. 이것은 원론적인 입장일 뿐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인 것 같은데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원론적 입장에서는 맞죠. 연구자나 어느 정치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충분히 들을 만한 소리입니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좀 문제예요. 대통령의 말이라고 하는 것은 최종적이기 때문에 그걸 되돌리려면 또 엄청난 외교적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한 거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했다고 하면 그냥 한 번은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이야기 하면 국내외적으로 바로 파문을 불러오잖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대통령 참모 기능이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다 의문을 표시하죠."

- 이게 계획적인 걸까요, 아니면 즉흥적인 걸까요?

"사전 원고 준비를 했으니, 계획적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게 즉흥적이고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면, 보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게 대통령의 참모 기능이고 외교라인의 역할이거든요. 근데 여과 없이 보도가 된 걸 보면 즉흥적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렵죠. 생방송으로 본 게 아니잖아요."

- 또 대만 문제도 거론했잖아요. 이에 중국이 항의하자 우리 정부가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건 전술적인 문제로 보여요. 우리 정부가 대만 입장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잖아요. 근데 중국은 우리가 대만 문제를 거론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고, 여기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좀 항의하는 건데... 이건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태도에 대해서는 '팃 포 탯(tit for tat, 맞대응 전략)'으로 우리도 항의하는 건 필요하죠. 근데 불필요한 잡음 만드는 것 자체가 소모적으로 보입니다."

- 러시아 중국 등 북방 외교는 노태우 정부 때부터 시작했으니 30년이 넘었죠. 30년 쌓은 북방 외교 성과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어요. 

"그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고요.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바람이죠. 그리고 미-중 관계가 마냥 안 좋을 것인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안 끝나고 계속 갈 것인지 등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어떻게 될 것이냐를 염두에 둔 여지가 있어야죠.

말씀하신 대로 30년간 했던 우리 북방 외교 자산들이 있기 때문에 이걸 일부러 부정하는 방향의 외교할 필요는 없겠죠. 지금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 대통령 발언 때문에 지금 미묘한 파장들이 좀 있는 건데, 방향이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 30년간의 성과도 많이 훼손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 러시아와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도 중요하잖아요. 북한이 핵 포기하게 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수적일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우리는 카드 하나를 잃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지금 북핵 문제가 아무리 동결돼 있다고 하기는 하지만 당연히 북한을 설득하는 데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는 조력자, 지렛대로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 지금 상황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북한에는 완전히 기회의 창이 열린 거죠. 중국과 러시아까지 아주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던 상황이 아니라, 식량도 2500톤, 4600톤 수입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이런 제재 뒷문이 열리고 있고요. 미-중, 미-러 갈등 속에서 자신들은 전술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요. 열심히 핵 능력 계속 고도화시키고 있죠."

- 그럼, 이 상황에서 7차 핵실험도 할 수 있을까요?

"7차 핵실험을 하면 그게 또 중국과 러시아의 근본적인 이익을 건드리는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중국의 외교적인 영향력에 도전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건 계속 카드를 조금 만지작거리는 수준일 것 같아요. 괜히 앞뒤 재지 않고 그냥 강행하는 환경이 지금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 3.1절 기념사부터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까지 다 연결된 것 같거든요. 이번 주에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돼 있잖아요. 한미 정상회담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좀 환기하기 위해서 미국과 보조 같이하는 입장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근데 한미 사이가 특별히 나쁘다거나 적대적 사이라면 우리가 뜻을 같이한다는 걸 강조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만, 동맹인 두 나라는 긴밀한 채널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상회담에 가서 주고 받는 게 돼야 할 텐데, 선제적으로 너무 많은 선물 보따리들을 미리 풀어버린 느낌이죠. 그리고 그에 맞춰서 또 우리는 뭘 받을 건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 미국 CIA의 도청 문제가 있었잖아요. 그러나 이번에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거든요. 이렇게 가도 괜찮을까요?

"어떻게 활용하느냐 문제인데, 도청이 첩보나 정보 영역에 있을 때는 어느 나라나 사실 다 하는 거잖아요. 다 암암리에 알고 있는 얘기죠. 근데 첩보나 정보 영역에 있던 문제가 외교 영역으로 왔을 때는 다른 문제가 되는 건데, 이걸 덮어버린 거예요. 물론 미국도 도청했다고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외교적 수사라도 '한미가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동맹 관리에 조금 더 많은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는 수사적 표현들이 있잖아요. 최소한 그런 표현이라도 나와야 사람들이 그래도 납득은 잘 안 되지만 넘어갈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국민들이 납득하거나 수용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그냥 덮어버린 거죠. 그런 점에서도 앞으로 두고두고 국내적으로 국민들의 의혹과 우려의 대상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 한미 정상회담은 성대하게 치러질 것 같아요. 근데 성과가 있을까엔 의문인 전문가가 많은 것 같은데.

"외교가 속설 중에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정상회담은 형식적으로 최고도로 잘 치러지고 내용도 외교적 수사들을 버무려 넣어서 성과가 있는 걸로 잘 포장되긴 될 겁니다. 그리고 정상회담 열리고 나면 한미 간에 포괄적 사이버 우주 안보 협력이나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강화 등등 등 여러 가지 성과들이 나오겠죠. 경제사절단도 성과가 없지는 않겠죠. 근데 지금 근본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국민적인 기대 수준에 맞을까, 성과가 조금 빈약할 수도 있겠다(라는 인식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죠.

북핵 위협 억제라는 건 한국식 핵 공유를 했다는 건데, 실제로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작동 원리가 뭔지는 계속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거든요. 과거에 프랑스 드골이 가졌던 의문들은 사람들이 계속 가지겠죠. 그러니까 서울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LA나 샌프란시스코도 포기할 수 있겠는가죠.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앞으로도 의문을 좀 가질 텐데, 이걸 명문화하는 것 이상의 무슨 구체적인 조치들이 과연 따라올까, 같은 것들을 많이 궁금해하고 있는 걸 테고요.

특히 경제 문제 있잖아요.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나 반도체 문제에 있어서 우리 반도체나 그리고 전기자동차 보조금 문제에서 상당 부분 유예를 받거나 아니면 적용에 탄력적인 해석을 약속받아야 국민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수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국하고 무역과 투자할 자유를 받아와야 된다고 했어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우위는 점할 수 있도록 해야 되고 또 기존의 투자한 설비에서 나오는 제조품들은 인정을 해줘야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는 유예를 해줘야 하죠. 메모리 반도체는 일반 상용 전자제품들에 다 들어가는 소모품 비슷한 거잖아요. 정치 군사적으로 좀 문제가 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같은 첨단 반도체들이 민감한 품목들인데 그 분야들에 대해서는 어쨌든 규제하고 제재한다고 하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 해주는 게 필요하겠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