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정시 합격선 일제히 하락…교원 감축에 인기 하향세

이후연 2023. 4. 25. 13: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신규 교원 채용 규모를 감축하는 내용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발표한 24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교대 정시 합격선·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 감소로 정부가 본격적인 ‘교사 수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내년 교대 인기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주교대 정시 합격선, 전년보다 25점 하락


25일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 결과를 공개한 춘천·부산·광주·진주·전주교대 및 한국교원대의 정시 합격선은 2022학년도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대학마다 과목별 수능 점수 반영 방식이 달라, 대학이 환산한 점수 또는 백분위 평균 점수 등을 기준으로 합격선을 분석했다. 전주교대는 2023학년도 정시 합격선이 765.36점으로 전년도(790.36점)에 비해 25점 하락했다. 춘천교대는 지난해 485.57점에서 2023학년도에는 466.15점으로 19.42점 떨어졌다. 진주교대(-12.39점), 광주교대(-3.5점) 등도 지난해에 비해 정시 합격선이 낮아졌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등은 아직 입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합격선 뿐만 아니라 수시·정시 경쟁률도 하락했다. 2023학년도 전국 13개 교대(초등교육과 포함) 수시 전형은 2467명 모집에 1만2811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이 5.2대 1이었다. 전년도 수시 경쟁률은 평균 6.1대 1이었다. 2182명을 모집하는 정시 경쟁률도 전년도 평균 2.4대 1에서 올해 2.0대 1로 줄었다. 한국교원대(5대 1)와 이화여대(3.9대 1)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3대 1 미만 경쟁률로, 대학가에선 사실상 미달 수준으로 여겨지는 수치다. 정시에서는 수험생이 원서를 3장까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서 9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교대 1차 정시모집에 합격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1차에서 1.5배수를 뽑는데 1.37배수만 지원해 전원 합격했기 때문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절반 이하로 떨어진 임용고시 합격률과 길어진 임용 적체, 교권 추락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사 프리미엄 사라졌다…문과 상위권 지원 줄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교원 감축 정책까지 발표하면서 내년도 교대 인기는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전날(24일) 현재 초등·중등 각각 3561명·4898명인 신규 교사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최대 2600명·3500명 내외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교사 채용 축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 9월부터 시작하는 교대 수시 경쟁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문과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줄면서 합격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도 “교사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교사라는 직업 자체의 선호도도 줄어든 데다가, 임용이 되기까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예전만큼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된 곳’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12년 동결 교대 정원도 감축하나…교육부 “조정 불가피”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채용 규모 감축과 경쟁률 하락 등은 12년째 동결 중인 교대 정원 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대 입학 정원은 2012년부터 3800여명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2022년 기준 교대 입학 정원은 3847명인데, 이들이 졸업하는 시기인 2026~2027년 최소 채용 규모는 2600명이다. 한 해 약 1200명의 임용이 불투명한 셈이다. 중등 교원 정원(사범대, 사범계 학과)은 1만9834명으로 2010년(4만3227명)에 비해 3만여명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도 정원과 채용 규모의 미스매치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학교들과 협의해 양성 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며 “교대총장협의회와 논의해 다음달 교대 정원 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비교원·교원단체가 교사 채용 규모는 물론 입학정원 감축에도 반발하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김민아 집행위원장은 “교대 입학 정원 감축은 결국 또 다시 교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교사 죽이기’만 밀어붙이는 정부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