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무릎 꿇기" 발언에 DJ 소환…"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강태화 2023. 4. 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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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블레어 하우스에 도착해 환영 나온 교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현지에서 진행된 첫 번째 브리핑에서 돌연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의 맥락을 묻는 질문을 받자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연일 미사일 시험을 하는 마당에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과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며 한ㆍ일 관계 개선의 시급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ㆍ일 관계에 대해서는 당선인 시절부터 꾸준히 말했던 것”이라며 “안보 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무릎을 꿇지 않으면 두 나라가 관계 개선이 절대 안 된다, 어떠한 일도 안 된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5년 전 DJ의 발언을 인용했다.

1998년 10월 일본을 국빈 방문한 김대중 (金大中) 당시 대통령이 일본 참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한ㆍ일 관계 정상화는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에도 있었다”며 “(DJ가)‘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교류와 협력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는데 그걸 다시 말씀드린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DJ가 1998년 10월 일본을 국빈방문했을 때 참의원 본회의장에서 했던 연설의 내용이다. 연설 전 DJ는 아키히토(明仁) 일왕과의 만찬에서 그를 ‘천황’이라고 호칭했다. 이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그 자리에서 ‘21세기 한ㆍ일 파트너십’이라는 공동 선언이 발표됐다.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공동 선언에는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ㆍ일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痛切)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였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외교 문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지칭해서 공식 사죄한 표현이었다.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합의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1998년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DJ의 발언은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결단’으로 평가 받으며 다수의 여야 정치인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인용돼왔다.

이낙연 전 총리는 국무총리 재직 당시인 2020년 10월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김대중의 일본 의회 연설을 많은 일본인이 기억하고 나도 기억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은 ‘한ㆍ일 양국은 1500년 동안 교류 협력해왔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에 지나지 않는다. 50년 때문에 1500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도쿄 게이오대 강연에서 DJ의 당시 발언을 직접 인용하며 “25년 전 한ㆍ일 양국 정치인이 용기를 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는 후손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한·일 양국 청년 세대의 멋진 미래를 위해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7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DJ의 연설 내용을 인용한 뒤 재차 “한ㆍ일 관계 개선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꾸준히 말씀해온 사안”이라며 “(관계 개선은)나라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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