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올 韓성장률…1.6% 밑돌듯(종합)
IT경기 부진 엎친데
中리오프닝 효과 지연 덮쳐
정부 예산 조기집행 기조
얼마나 기여할지가 관건
IMF 등 잇따라 하향 전망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민간 소비에 힘입어 가까스로 역성장을 피했지만 IT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지연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보다 크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은 내달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보다 소폭 낮출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국 경제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9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수출이 급감하면서 역성장(-0.4%)으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 민간소비 덕에 반등에 나섰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가 감소했으나 민간소비 등이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0.5% 늘었다. 정부소비는 0.1%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0.2%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가 줄어 4.0%나 감소했다.
수출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3.8% 증가했으며, 수입은 화학제품 등이 늘어 3.5% 증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서비스업은 소폭 감소했으나 제조업과 건설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립어업은 재배업을 중심으로 2.5% 감소했고, 제조업은 운송장비, 1차 금속제품 등이 늘어 2.6%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업은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1.8%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의료,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문화·기타서비스업 등이 늘었으나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운수업 등이 줄어 0.2% 감소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8%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을 상회했다.
민간소비 기여도 0.3%P…마크스 실내착용 의무 해제로 대면활동↑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0.3%포인트로 분석됐다. 1분기 마스크 실내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난 것이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순수출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이어지면서 1분기 성장률을 깎아먹은 셈이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IT부진·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양호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비IT부문과 민간소비가 성장에 기여하면서 완만한 성장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불확실성이 많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IT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중국 경제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의 반등 모멘텀이 좀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안좋은 상황이 지속되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면서 차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성장의 주요 변수에 대해 신 국장은 "외부 활동 정상화, 해외여행 증가 등이 민간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달 20일까지 통관 수출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거래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건설투자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지, 정부의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기조가 어느 정도 성장률에 기여할지 등도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주요 기관, 韓성장률 잇단 하향
그러나 주요 기관들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IT경기 회복 시점이 늦춰지고 대중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5%)를 기존 1.7%에서 0.2%포인트 낮춰잡았다. IMF는 지난해 7월(2.9→2.1%)부터 10월(2.0%), 올해 1월(1.7%), 4월(1.5%)까지 4차례 연속 우리나라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부진 여파가 지속되면서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 완제품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한파가 길어지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으며, 이에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다.
반도체 경기 전망과 관련, 한은은 "현재 반도체 재고가 많은 상태라 삼성전자가 부득이하게 감산했는데 이 조치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제약하고, 재고가 줄어들면 반도체 경기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반도체 잠재 수요는 여전히 많아 반도체 등 IT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중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IT 수요 회복 시점도 계속 지연되고 있어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향후 성장률은 민간소비가 받쳐주고 수출이 올라오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5월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 금리는 더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금리인하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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