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편이니 中에 팔지마?…韓, 전략적 모호성 필요[기자수첩-산업IT]

조인영 2023. 4. 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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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략물자인 반도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미국이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중국을 때리자 중국은 '희토류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 것을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그간 칩4 동맹, 보조금 독소조항,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 등으로 한국 기업을 난처하게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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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의 마이크론 제재시 韓 반도체가 부족분 채우지 말 것 요구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韓 난처한 상황…美 요구 받아들이면 반복될 우려
외교적 수사 총동원해 美 설득하는 한편 보조금 독소조항은 완화 관철시켜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첨단전략물자인 반도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미국이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중국을 때리자 중국은 '희토류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마이크론에게까지 딴지를 걸며 제재 수위를 높일 기세다. 미국은 안되겠는지 한국의 참전을 요구했다.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나서지 말라는 요청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이 이제 막 방미 일정을 시작한 상황에서 참으로 난처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 것을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 기업 제재 시 한국 업체가 우회적으로 중국에 도움을 주지 말라고 한 것이다.


주미한국대사관이 논평을 거부하고, 미 백악관이 FT에 "첨단 기술 보호를 포함해 국가 및 경제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보도 내용이 완전히 터무니없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이 정말로 제재를 할 것인지, 제재를 한다면 마이크론 전체 제품을 대상으로 삼을지, 또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만 한정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은 중국의 보복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을 전면 통제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 기업이 이 감소분을 대체하지 못하게 해 중국의 보복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그간 칩4 동맹, 보조금 독소조항,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 등으로 한국 기업을 난처하게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의 미 정책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고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것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보조금을 받는 대신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알려줘야 하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제한에 따른 출구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 정부의 요구마저 호응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는 앞으로 중국 배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시그널을 주게 된다.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도체 공백을 메우지 않겠다는 약속은 중국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줘 작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될 전망이다.


미·중 기로에 선 한국 정부의 타격이 만만치 않고, 전체 반도체의 절반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과 SK가 받게될 압박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장 시급한 것은 이 사안이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외교적 수사를 총동원해 이번 미국 측 주장이 상당히 난처한 요구임을 설명하는 한편, 미 보조금 독소조항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우리 기업들의 고충이 작지 않음을 언급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안보 측면에서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다. 어느 한 편에만 호응하고 다른 한 편을 일방적으로 배척하기 힘든 관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국은 최고 수준의 무역과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개방형 통상국가"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지속가능하려면 반도체가 우리 경제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에 낀 한국 반도체가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략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큰 과제다. 회담 결과에 따라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무거운 부담감을 갖고 구체적이고도 실리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데 주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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