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명이 굶어 죽었다…케냐 발칵 뒤집은 목사의 기이한 행각

김서원 2023. 4. 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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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천국가서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 죽으라"는 사이비 교주의 교리를 따르다 숨진 시신이 대거 발견됐다. 한 여성이 지난 23일(현지시간) 교회 사유지로 알려진 케냐 남동부 말린디의 샤카홀라 숲에서 현지 경찰에 구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케냐에서 "예수(Jesus)를 만나려면 굶어 죽으라"는 사이비 교주의 교리를 따르다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대거 발견됐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케냐 경찰은 이날 남동부 해안지역 킬리피 카운티의 말린디에 위치한 샤카홀라 숲에서 이날까지 시신 65구를 발굴했고, 병원 이송 과정에서 8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총 사망자가 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도들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천국 가서 예수를 만나려면 스스로 굶어 죽어야 한다"는 교리에 따라 숲속에서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 간 금식 기도를 하다 아사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 케냐 경찰은 사이비 종교 '기쁜소식국제교회(Good News International Church)'의 목사 매켄지 은텡게(Makenzie Nthenge)를 체포했다. 신도들을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사주한 혐의다. 은텡게 체포 이후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교회 인근 숲에 흩어진 수십 개의 흙무덤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여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기쁜소식국제교회 소유로 알려진 샤카홀라 숲에서만 60여곳의 대량 매장지가 파악됐다. 이 중 20%만 수색된 상황이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케냐 적십자사는 최소 112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무덤에선 자녀 세 명과 부모 2명이 나란히 누운 일가족 5명의 주검이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수색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신도는 숲속 은신처에서 여전히 금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29명의 생존자를 구출했으나, 그들 모두가 세상의 종말에 대한 목사의 말을 맹신하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제공된 물과 음식 섭취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케냐 경찰이 23일 샤카홀라 숲에서 발굴된 사이비 종교 희생자들의 시신을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눈이 움푹 팬 매우 쇠약한 상태로 구조된 20대 후반의 여성은 구조 직후 포도당이 든 물 한 모금조차도 완강히 거부하는 등 식음을 전폐하며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한다. 현장 구조대원은 신도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본인은 또렷한 제정신이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으며 어떠한 구조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냐는 인구의 85%가 기독교인으로 구성돼 있다. 제임스 킵생 번게투니 심리학 박사는 BBC에 "케냐에서 제도권 밖의 규제되지 않은 소형 교회들이 '밀실화'하는 게 문제"라면서 "비양심적인 교주들은 사람들이 가진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접근해서 세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24일 성명을 통해 은텡게는 "종교를 이용해 기이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을 주입한 끔찍한 테러리스트"라며 어떤 종교와도 관련 없는 범죄 사건으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킨두레 킨디키 케냐 내무장관은 전날 트위터에서 이 사태를 두고 "대량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케냐 정부는 약 800에이커(323만7000㎡)에 달하는 샤카홀라 숲 전체를 범죄현장으로 간주하고 전면 봉쇄했다.

BBC에 따르면 은텡게는 숲에 있는 마을 세 곳의 이름을 나사렛·베들레헴·유대 등이라고 짓고 연못에서 신도들에게 세례를 주고 금식을 시켰다고 한다. 그는 2019년 교회를 폐쇄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은텡게는 아동 사망사건으로 2019년과 지난 3월 말에도 두 차례 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고, 두 사건 모두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말리디 지역의 사이비 종교 확산을 비난하며 이번엔 그를 석방해선 안 된다고 법원에 촉구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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