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꾸라지자 들통난 韓 수출 기반… "근본적 개선 필요"

편은지 2023. 4.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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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무역현안 관련 언론 간담회 진행
올 1분기 수출, 전년比 12.6%↓… 적자 225억 달러
"누적된 수출산업기반 약화의 결과"
"세제 지원 및 규제 개혁, 가격 경쟁력 강화 대책 필요"
부산항 모습. ⓒ뉴시스

한국의 수출산업을 이끌던 반도체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올 1분기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그간 반도체에 가려 누적돼왔던 약화된 수출산업기반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수출산업기반을 탄탄하게 재정비하고, 세제 지원과 규제 개혁 등 근본적인 특단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12.3% 감소한 1515억달러, 수입수출국 중 대만과 우리 수출이 부진한 편은 2.2% 감소한 174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1분기 기준 225억 달러로 나타났다. 1월 125억 달러, 2월 52억 달러, 3월 46억 달러다.


ⓒ한국무역협회

특히 소비재와 비교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올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중간재 수출은 9% 증가했으나 올해 1분기엔 19.5% 떨어졌다. 소비재 수출이 올해 27.1% 증가한 것과는 대조된다.


중간재 수출 비중(69.5%)은 2017년 이후 6년 만에 70% 이하로 떨어지고, 소비재 수출비중은 작년 11.8%에서 올해 1분기엔 15.6%로 확대됐다.


국가별 중간재 수출은 중국(-29.6%), 베트남(-27.5%), 홍콩(-44.7%), 대만(-37.9%) 모두 감소했는데, 이들 국가로의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우리의 중간재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의존 '적신호'… 생산유연성 줄고 규제문턱 높아

한국무역협회는 우리 수출부진이 반도체에 의존한 채 누적된 수출산업 기반 약화의 결과라고 봤다. 그간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수출 강국'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이면에는 수출 산업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았단 지적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수출증가는 반도체가 주도해 온 반면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2%대에서 정체돼왔다. 지난 7년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2.3%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 급증과 그 외 품목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구조의 편중성은 세계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심화됐다. 최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경우 16.5%(반도체 집적회로)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다.


무협은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다른 산업들의 수출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수출 산업기반의 약화로 우리 상품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2.9% 부근으로 하락했고, 최근 반도체 수출마저 급감하자 우리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2.7%대로 14년 만에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

생산 유연성과 가격 경쟁력이 악화된 점도 수출 부진 큰 요인 중 하나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 조사 결과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은 전체 141개국 중 97위에 불과하다.


무협은 노동생산성이 OECD 29위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에서 주당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경직성을 높이는 제도를 지속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인력 운용에 큰 제약을 겪게 됐다고 봤다. 현행 근로제 하에서 긴급 수주 증가 등 시장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회

게다가 경직적 임금·근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졌다. 최저임금이 최근 5년 동안 27.8% 상승하는 등 가격경쟁력 약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무협은 "최저임금 결정 시 개별 기업 또는 업종의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고용영향 등 객관적 지표를 종합 고려하고, 특정 계층이 과다한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결정 체계 개편 병행이 필요하다"며 "노동경직성 확대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반도체·가전 제외 주요 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부진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도 수출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IMD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규제 환경을 나타내는 '기업 여건' 부문은 전체 63개국 중 한국이 48위를 기록했다. 주한 외투기업 대상 조사에서도 외투기업의 국내투자를 위해 ‘과도한 기업규제 획기적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됐다.


실제 높은 규제 문턱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의 기업 생존율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2021년 기준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을 보면, 일본 81.7%, 미국 50.6%, 프랑스 50.1%인데 반해 한국은 31.2%를 기록했다. 신생 기업 10곳 중 7곳이 창업 후 5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무협은 "그동안 도입된 기업 규제를 속히 개선·철폐해야 하나, 입법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기업 부담은 지속되는 실정"이라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도한 기업규제에 대해 수출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재검토해 초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협은 R&D 생산성 확대도 시급한 과제라고 봤다. 국내 연구개발비 및 연구인력 비중이 세계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투입된 자원 대비 성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정부 R&D 과제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그 중 사업화에 성공하는 비중은 2017년 53.8%에서 2021년 34.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은 "기업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미흡한 세제지원, 공급자 위주 과제선정, 과제 기획 및 사업자 선정에 소요되는 과다한 기간 등 부정적 요인이 개선이 미흡하다"며 "과제 및 사업자 선정 시 공정성 유지, 사업비 증빙 구비 등 행정력 낭비 및 신속 추진이 어려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봤다.

"가격경쟁력 강화 및 경쟁국 동등한 환경 조성해야"

무협은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수출 산업 기반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고금리와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대규모 수출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수출 마케팅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무역업계 자금 사정 및 세부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은 자금 압박을 호소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58%가 자금압박을 호소했으며 현재의 자금압박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62%에 달했다. 자금압박의 주요 원인으로는 응답자 47%가 세금 부담을 지목했다.


무협은 "세계경제위축과 고금리로 우량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고 수출산업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기업에 대한 금리인하 및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특단대책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

생산유연성과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외국인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여성, 고령인력 등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봤다. 최저임금 인상 폭 역시 완만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규모 수출 사절단 등 단기적으로 수출 마케팅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통령의 미국, 유럽 등 해외순방시 1:1 비즈니스상담회 등 개최, 코트라(Kotra), 지자체 등의 시장개척단이나 해외전시회 참여 등을 상반기 중 극대화해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무협은 "무역협회로서도 중국, 동남아, 동구권, 중동 등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마케팅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국들과 동등한 국내 정책환경 조성을 위해 힘써야한다고 봤다. 세제지원 환경부터 인력부족에 대응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개혁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무협은 "글로벌 스탠다드 보다 과도한 기업 규제 사항을 금년 9월까지 체계적으로 발굴, 내년 총선 전후 양당에 개정 건의할 예정"이라며 "세제지원방식은 현금지원방식도 지속 하되, 대학, 출연연, 중소기업 등의 연구과제 선정, 사업자 선정 및 연구관리 과정의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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