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추어 작곡가도 케이팝으로 하나가 된 현장 [송캠프의 진화③]
케이팝(K-POP)를 만드는 작곡가 98명이 모였다. 20살부터 49살까지, 케이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들이 곡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때론 날카로운 질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는 열린 '디 에코 송캠프' 현장이다. '디에코 송캠프'는 원더월과 뮤직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 PNP가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송캠프다.
원더월 측은 각기 다른 소리가 만나 다양한 형태의 변주와 파장을 만든다는 '디 에코'의 의미처럼 트랙 메이커, 탑 라이너, 믹싱 등 각 파트를 담당하는 작곡가들을 모아놓고 재능을 펼칠 장을 만들었다. 원더월은 참가자들을 조별로 나눠 작업을 시킨 후, 작곡 기술을 향상 시키고 관련업계 작곡가들과 네트워크를 쌓게 만들고, 완성된 곡을 추후 음원 판매 기회까지 연결 시키는 것이 목표다.
’작곡에 진심‘인 이들의 모임이지만, 정말 '진심'이어야 한다. 참가하기 위해서 기존에 만든 데모곡이 있어야 한다. 참가비도 적지 않다. 마스터에게 질문할 수 있는 VIP 참가자는 90만 원, 그렇지 않은 일반은 70만 원의 참가비가 있다.
송캠프의 마지막 날인 4월 2일, 국내 히트곡 작곡가이자, RBW를 이끌고 있는 김도훈 대표의 마스터 클래스와, 완성된 곡을 발표하고 노마스송, 샘카터, 김은정, 하헌제, 자봉, 강필성(Blood Circle)이 곡의 콘셉트부터 멜로디, 비트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는 리스닝 파티가 마련됐다.
리스닝 파티 전, 김도훈 대표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김도훈 대표는 1995년 데뷔해 S.E.S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 휘성 '위드 미'(With Me), SG 워너비 '죄와 벌', 거미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 마마무 '별이 빛나는 밤', '너 나 해'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으며,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가 600여 곡에 달한다. 현재는 마마무를 탄생시킨 제작자로 RBW의 수장이다.
마스터 클래스 무대에 선 김도훈 대표는 이제 막 케이팝 작곡가로 입문하거나, 지망생인 이들에게 롤 모델인 셈이다. 98명의 참가자들은 김도훈 대표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참가자들은 곡에 대한 콘셉트, 기획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작곡가로서의 삶에서 얻는 원동력, 급변하는 케이팝 시장에 맞춰 한국 프로듀서들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김도훈은 대표는 작곡할 때 구체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 곡을 주고 싶은지, 가수의 앨범을 다 들어보고, 제작자는 어떤 노래로 성공했는지 연구를 해야 한다. 또 현재의 대중은 어떤 포인트에 열광하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노래가 필요한지 캐치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대중 작곡가니까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물론 일상에서도 늘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내 스마트폰 메모장은 짧은 메모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연구하는 자세를 습관화시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방구석에서 음악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좀 특수하다. 10시간 음악을 준비한다고 다 성공하지 않는다. 이런 자리에도 계속 오고 기획사 사람들, 업계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부딪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수록곡을 노려라', '데모를 보낼 때 어울리는 영상을 함께 만들어라", "데모곡의 퀄리티를 높여줄 수 있는 보컬 5명, 래퍼 5명 친구를 만들어라" 등 어디서도 공식적으로 들을 수 없는 솔직한 꿀팁도 전수했다.
약 1시간 동안 김도훈 대표의 마스터 클래스가 끝난 후 본격적인 리스닝 파티가 열렸다. 1조부터 20조까지 무작위 순서로 작업물의 1절이 공개됐다. 조장이 콘셉트 소개와 곡을 공개하면 이를 들은 멘토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형식이었다. 평가는 받지만 긴장감 넘치는 자리였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바로 데모곡으로 제출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곡들도 있었다.
멘토들은 어떤 가수를 생각하고 썼는지, 가수의 이미지를 곡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대중성과 연결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을 했다. 곡을 만드는 중간 과정을 지켜보고 조언을 건넸던 멘토들은 완성된 곡의 장점과 단점도 파악해 전달했다. E4조의 경우 지금까지 케이팝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것에 영감을 받은 곡 콘셉트가 멜로디, 비트와 위화감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레퍼런스를 잡을 때나 타겟한테 전달할 때의 팁도 전수했다. 특히 케이팝이 보여주는 음악인만큼 퍼포먼스나 안무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곡인지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터로 참여한 맥스송은 “전세계적 돌풍의 주역인 케이팝은, 대상이었던 세계로부터의 새로운 문화를 지닌 많은 아티스트 및 매체와의 협업으로 연결되었다. 이 연결은 다양한 문화와 문화가 합쳐져 더 새로운 방향성을 지닐 것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케이팝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 연결의 중심에 송캠프라는 협업은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라고 송캠프의 중요성을 짚었다.
참가자 양창현은 캠프에 참여한 소감으로 “한 장소에 모여서, 심지어 2박 3일 동안 먹고 자며 모두 음악에만 몰두했다. 협업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서로 파일만 주고 받고, 의견을 설명하는 정도로만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직접적으로 나눠보니 영감과 자극으로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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