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전세대출 나비효과

김민진 2023. 4. 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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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과 역전세난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임차인, 서민이다.

전세대출로 떠받쳐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중산층, 다주택자들까지 전세대출을 받아 갭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깡통주택·전세사기 공포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는데 그걸 사전에 막아야 피해가 임차인들에게 전이되지 않고, 부정적 연쇄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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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때마다 쉬운 길 택한 정부
대출만 늘려 유동성 과잉 초래
대출·보증 정책 전반 점검해야

전세대란과 역전세난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임차인, 서민이다. 여기에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사기 행각은 최근 전세사기처럼 지옥 같은 일을 만든다. 전세사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형화, 조직화한 건 요즘이다. 지난 몇 년이 집값 급등기였고, 초저금리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게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당장은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 우선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제도도 손봐야 한다. 이번 일을 파렴치한 사기 행각이나 전세제도의 맹점, 임차인들의 부족한 임대차 지식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 왜곡의 원인 제공자라는 면에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전세대란 때마다 대출과 보증을 늘리는 식으로 쉽고 편한 문제해결 방법을 택했다. 집값 하락기가 상당 부분 지속되면 전셋값이 상승한다. 공급이 늘지 않고, 집을 사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전세만 찾으니 결국 전셋값이 오른다. 외부 환경과 맞물려 집값 상승기가 도래하면 전셋값이 든든하게 하방을 받치며 집값이 함께 올라간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는 전세대출과 보증 한도 확대로 민심을 얻는다. 최근 10년 동안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선거 시기와 맞물리기라도 하면 인심은 더 후해지고 거품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전세대출로 떠받쳐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중산층, 다주택자들까지 전세대출을 받아 갭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정부는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자금(대출)을 선심 쓰듯 풀었고, 이것 역시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과잉을 불렀다.

중산층, 상대적으로 고가 전세 주택에까지 전세대출을 해주니 저금리 상황에서는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증으로 떼일 염려가 없게 해주니 시중은행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를 했다. 전세대출은 결국 집값을 끌어올리는 촉매이자 집값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됐다. 월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도 전세대출로 떠받쳤다. 다만 전세대출을 줄이고 보증을 축소하더라도 방법과 실행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이어야 한다. 하락기 정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담보가 확실한 임대인들에 대해선 임대보증금반환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임대인들에 대한 정책이라 대중의 환영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시장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검토해야 한다. 깡통주택·전세사기 공포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는데 그걸 사전에 막아야 피해가 임차인들에게 전이되지 않고, 부정적 연쇄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빌라에 사는 지인은 요즘 불안감에 두통을 호소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거나 ‘역전세 시한폭탄’이라거나 자극적인 보도를 보면서 밤잠을 설친다. 선순위 임차인에 확정일자를 받아두었고, 보증보험에 가입했는데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임차권 등기는 해당 사항 없고 전세권 등기는 필요 없는데도, 잘 모르거니와 믿음 가지 않는 세상이라 이리저리 휘둘린다.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고,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우리 언론이 할 일이다.

김민진 콘텐츠매니저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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