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초읽기…정부, 수산물 7만t 비축·수매 검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점이 이르면 6~7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수산물 안정 강화 및 소비 위축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할 경우 공급 과다에 따른 가격 하락을 불러와 어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수산물 안전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수산물 정부비축 및 민간수매 등을 강화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 국내산 수산물 소비 위축을 고려해 올 한해 약 7만t의 정부비축 및 민간수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비축량 약 4만t, 민간수매 3만t으로 수산물 소비 감소 폭이 크거나 장기화할 경우 정부가 탄력적으로 소비 물량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염수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를 말한다. 2019년 도쿄전력은 오염수 저장탱크가 포화할 것으로 추산, 2022년 7월 해양 방류 계획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정식 인가받았다. 도쿄전력은 세슘-137,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 60종 이상을 포함한 오염수에 물을 섞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로 희석해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 시 이동 경로는 동중국해에서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와 캄차카 반도에서 내려오는 오야시오 한류가 만나 일본 동쪽 해역으로 이동해 미국 알래스카에 가장 먼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캘리포니아→하와이→적도→필리핀을 지나 다시 일본과 우리나라 주변 해역으로 순환한다. 방류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시기는 4~5년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산 수산물 검사 대상을 기존 100종에서 올해 전 품종으로 확대하고 검사 건수도 8000건 이상으로 전년(5441건) 대비 47% 이상 늘렸다. 또 국민이 직접 방사능 검사 대상 수산물을 신청하고, 신청이 많은 수산물에 대해 정부가 매주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 누구나 정부가 개설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을 통해 품목과 지역을 선택해 주 1회 방사능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원전 오염수 방류가 본격화할 경우 수산물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할 것이라는 점이다. 소비 심리가 꺾이면 수산물 공급이 줄고, 가격이 폭락해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는 소비자가 81%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무리 수산물 안전성을 강조해도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관측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이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을 인정했을 때 국내 수산물 소비가 마트 매출액 기준 6~10개월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3개월간 '수산물 방사능' 구글 검색량 역시 정점에 달하는 등 수산물 일부 품목의 소비 직접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수산물 비축을 강화하고 민간수매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비축 어종은 명태, 고등어, 오징어, 갈치, 조기, 마른멸치 등과 천일염이 포함된다. 정부는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대형마트 및 전통시장 등에 비축물량을 우선 공급해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다. 또 수산물 수매지원(융자)사업을 2%대 금리로 3만t을 지원하고, 품목에 따라 10만t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매 시기는 오는 8월 중순 이후로 예상한다. 정부는 다만 일각에서 수산물 소비 위축이 10%까지는 시장에서 소화 가능하다는 언급에 구체적인 소비 감소 폭 마지노선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10% 이하로 감소하더라도 상황을 검토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해수부의 수산물 비축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을 위해 올해 3693억원을 편성해 전년 대비 129%를 증액했다. 수산물 비축, 민간수매지원, 판로확보 및 소비 활성화 등을 위해 2904억원을 배정했으나 실제 국내 수산물 생산량 규모가 약 380만t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비축목표(3만2000t~4만t)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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