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의 '수호신' 서진용, 최고 마무리 되다
[양형석 기자]
작년 통합우승팀 SSG랜더스가 올해도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SSG는 24일 현재 4연승으로 LG 트윈스를 제치고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1선발로 기대했던 에니 로메로가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퇴출을 앞두고 있고 토종에이스 김광현도 어깨 염증으로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SSG의 초반 선전은 대단히 놀랍다(SSG는 올 시즌 1패 평균자책점7.20으로 부진한 잠수함 박종훈도 2군에 내려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불펜진의 대활약이다.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작년에도 불펜 평균자책점이 4.68(6위)에 불과했던 SSG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김택형과 장지훈(이상 상무 피닉스)이 나란히 군에 입대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SSG가 올 시즌 허약한 불펜 때문에 크게 고전할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SSG는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2.08의 불펜 평균자책점으로 10개 구단 중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 SSG 서진용. |
ⓒ SSG랜더스 |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대형 유망주들
각 구단은 매년 1라운드 또는 1차지명으로 아마추어 무대를 주름 잡았던 대형신인을 지명하면서 팀의 간판스타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물론 2017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자마자 신인왕으로 시작해 6년 만에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이정후 같은 선수도 있지만 모든 유망주들이 구단의 바람처럼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기대를 받고 입단한 유망주 중에는 스타로 성장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산 베어스의 '아픈 손가락'이 된 성영훈은 덕수고 시절이던 2008년 U-18 야구월드컵에서 3승36탈삼진1.32라는 독보적인 성적으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5억5000만 원의 몸값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한 성영훈은 10년 동안 통산 25경기에 등판해 2승1패4.18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성영훈의 사례는 '유망주의 부상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14년 LG에 입단한 임지섭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 유망주였다. LG팬들은 구단 역대 최고의 좌완으로 꼽히는 이상훈(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을 연상케 하는 좌완 유망주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임지섭은 2015년 4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9탈삼진 노히트 투구를 하며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지만 끝내 제구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작년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지금은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고 있는 이대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kt 위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투수였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1라운드1순위로 kt에 입단한 이대은은 프로 첫 시즌 마무리로 활약하며 17세이브를 올렸고 kt가 우승을 차지한 2021년에도 불펜투수로 3승9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대은은 2021 시즌이 끝나고 프로 입단 3년 만에 은퇴를 선언하면서 많은 야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성영훈과 임지섭, 이대은이 잦은 부상 때문에 재능을 펼치지 못한 경우라면 지난 2011년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던 유창식은 두 차례나 범죄에 연루되며 불명예스럽게 야구계를 떠났다. 한화에서 데뷔해 2015년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유창식은 통산 127경기에 등판해 16승33패4홀드5.73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16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유창식은 2017년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세이브 1위 질주, '사이버 투수'는 잊어라
경남고 시절 동기 심창민(NC다이노스)과 후배 한현희(롯데 자이언츠)에 밀려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서진용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에 1라운드(전체 7순위)로 지명됐다. 서진용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드래프트 행사장이 잠시 웅성거렸을 정도로 '깜짝지명'이었다. 투수로 전향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서진용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고교 최고의 파이어볼러 한승혁(한화)보다 먼저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진용은 입단하자마자 무릎수술을 받고 1라운드 선수로는 드물게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게다가 2012 시즌이 끝난 후에는 단 한 번의 1군 등판도 없이 상무에 입대했다. 야구팬들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팬들에게 한 번도 선을 보이지 못한 1라운드 출신 투수 서진용을 언젠가부터 '사이버 투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예열의 시간을 가진 서진용은 2015년이 돼서야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2017년 42경기에 등판하며 1군에서 자리 잡은 서진용은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 12홀드를 기록하며 SK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19 시즌엔 3승1패4세이브33홀드로 홀드 2위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성장했다. 2020년부터 경기를 마무리 짓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서진용은 작년 7승3패21세이브12홀드4.01의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두 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서진용은 작년 함께 뒷문을 지켰던 김택형의 입대로 올해 SSG의 소방수로 낙점 받았다. 야구팬들은 풀타임 마무리 경력이 없는 서진용의 활약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서진용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0.1이닝 동안 단 하나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고 1승8세이브의 성적을 올렸다. 서진용은 세이브 공동 2위 오승환(삼성)과 김원중(롯데), 홍건희(두산,이상 4개)보다 2배 많은 세이브를 올리며 시즌 초반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서진용은 10.1이닝 동안 15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고 있고 안타는 6개 밖에 맞지 않았으며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도 0.77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마무리 투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서진용의 활약이 시즌 후반까지 이어진다면 SK 시절부터 응원한 인천의 야구팬들은 서진용이 부진했던 지난 4년의 시간을 완전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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