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공연처럼 하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변택주 2023. 4. 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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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을 주는 권오준 지음 '강연자를 위한 강연'

[변택주 기자]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심지어 유치원에서 펼쳐지는 '작가와의 만남'을 한 해에 300회 넘도록 하며 강연을 공연처럼 흥겹게 빚는 강연자 권오준이 <강연자를 위한 강연>을 펴냈다.
 
▲ 강연자를 위한 강연 표지
ⓒ 학교도서관저녈
 
강연 초보 시절부터 겪은 일을 털어놓은 고해성사 같은 이 책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강연자를 돕는다', '아이들 마음의 빗장을 열자', '처참히 깨진 강연에서 배우는 지혜', '무엇을 해도 느리고 어설픈 초등 저학년', '몸은 청소년, 마음은 어린이 초등 고학년'처럼 강연하며 겪은 얘기들이 고스란하다.

권오준 작가가 기자 시절 KBS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피디가 불러 세웠다. 말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권 작가에게 지금보다 세 배나 빠르게 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평소 말이 느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권 작가. 곱씹어보니 방송에서 틀리지 않으려고 되새김질하며 말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말에 속도가 붙으려면 어디서 누구에게라도 말하는 데 스스럼이 없어야 했다. 그 벽을 넘으려고 떠올린 것이 엘리베이터에서 말 걸기였다. 처음에는 사는 마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다음에는 낯선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로, 공원으로, 등산로로, 옮겨가며 말을 걸었다.

말하는 데 두려움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말에 속도가 붙었다. 그런 다음에 열쇳말이 들어간 간단한 메모지만 들고 생방송을 마치고 나오는데 피디가 물었다. "그동안 뭔 일 있었어요? 어떻게 그리 달라질 수 있죠?"

될성부른 강연자 권오준은 이렇게 태어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꼭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강연자를 돕는다'에 나오는 엘리베이터 말 걸기는 말을 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붙임성도 기를 수 있다.
  
▲ 비대면 강연하는 권오준 작가  비대면도 공연이다
ⓒ 권오준
 
첫 강연 무대는 동네 책방, 성공했을까? 웬걸 진땀을 흘렸다.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은 아이들. 촬영한 텃새 직박구리를 먼저 보여주는 순간! 한 아이가 "새는 무서워!" 하며 고개를 돌렸다. 당황해서 얼른 화면을 바꿔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오리 삑삑이 영상을 보여주자 아이들 낯빛이 환해졌다.

점토로 '둥지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한결 더 밝아진 아이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열쇠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도 아주 낯선 것보다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에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코로나시대 강연은 처음이라... 다 방법이 있습니다]

강연자들은 흔히 강연을 강의처럼 한다. 강연과 강의가 어떻게 다른지 곱씹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오준 작가는 강의가 '미리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행위'이고, 강연은 '일정한 주제를 놓고 많은 청중 앞에서 정보를 주거나 말하는 행위'라면서 강연은 결코 강의가 아니라고 드잡이한다. 또 '강연講演' 뒷글자 '연演'은 배우가 연기할 때의 '연'과 같기에 강연은 청중에게 정보를 연기하듯이 줘야 한다고 흔든다.
  
▲ 체험활동하는 아이들 쌍방향 소통
ⓒ 권오준
 
실제 권오준 작가는 북콘서트는 말할 것도 없이 혼자서 하는 강연도 모노드라마 하듯이, 뮤지컬 하듯이 한다. 공연에서 가장 큰 요소는 재미로 재미와 재미 속에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권오준 작가, 무대 위에 서는 법이 없다. 청중과 눈부처를 그려야 좋은 강연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강연장 앞뒤를 쉴 새 없이 누비면서 강연하는 까닭도 쌍방향 소통에 있다. 일방통행이 아닌 청중과 강연자가 함께 빚어가는 강연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체험활동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소에도 입을 열지 않던 학생이 입을 열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는 권오준 작가.

<강연자를 위한 강연>은 머리로 지은 책이 아니라 하나하나 몸으로 겪으며 뜨겁게 빚은 책이다. 그 가슴을 나누려고 꼭지 27개 가운데 8개나 되는 다정한 FAQ를 심었다.

FAQ에 나온 정보 몇 개를 나누면, ① 내가 강연하고 있다는 증거물이 SNS에 깔리도록 해야 한다. ②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쑥스러움을 넘어서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까닭은, 작가가 도서관 사람들과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싶듯이 그 사람들도 작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

조곤조곤 짚어주는 FAQ를 보면서 참으로 다정한 '강연자를 위한 강연'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책을 덮으면서 강연자만을 위한 강연이라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다듬고 싶은 이를 두루 흔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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