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8만원이나 올랐네”…소비자 기만 숙박예약 플랫폼 [다크패턴 맹추격①]

눈뜨고 속는 ‘다크 패턴’…당정, 법개정 추진
소비자원, 100개 앱 중 97% 눈속임 상술 발견
1분기 OTA 거래액 3조원…전년대비 76% 급등
“소비자 피해 예방·구제에 초점 맞춰야”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3월 봄을 맞아 남편과 3박 4일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A(31)씨. 묵을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한 호텔예약 플랫폼에 숙박업소를 검색했다. 날짜와 목적지를 입력하자 근처에 위치한 다양한 숙소와 가격이 화면을 채웠다.

A씨는 여행 예산을 고려해 1박에 평균 25만원대 숙소 호텔을 선택했다. 객실 유형과 조식을 포함할지 등 거래조건이 나왔다. 그런데 예약 버튼을 누르자 가격은 33만원으로 바뀌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글씨로 ‘세금과 봉사료 추가’라는 문구가 있었다. A씨는 속은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OTA)에 사업자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비합리적 지출 또는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이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중 97곳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을 발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와 불만이 누적되고 보호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자 여러 유형의 다크패턴을 제재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수많은 다크패턴 중 소비자 피해유발 우려가 큰 유형을 4가지(편취·오도·방해·압박)로 분류하고 13개 행위로 추렸다.

A 씨와 같은 사례는 편취형 상술 가운데 ‘제한된 범위의 순차공개 가격책정’에 해당한다. 주로 모바일과 인터넷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다크패턴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분류한 편취형 상술 유형이다. 세부적으로는 숨은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몰래 장바구니 추가 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예컨대 첫 화면에서 소비자 지급해야 하는 최종 금액을 표시할 수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일부 금액만 표시해 나머지 금액을 은폐하거나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거나 소비자에게 별도 고지 없이 계약을 조용히 자동 갱신해 결제대금을 올리는 상술도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한 다크패턴 소비자 피해 경험 비율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6%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숨은 갱신’을 겪었다. 해당 행위는 예상치 못한 지출과 원치 않는 서비스 이용과 같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여행객…국내 여행·레저 온라인플랫폼 3조원 돌파 ‘소비자 주의보’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온라인쇼핑 동향이 따르면 온라인 여행·교통 서비스 거래액은 1조8275억원으로 전년보다 137.4% 증가했다. 2017년 통계 개편 이래 역대 최대 폭이다. 온라인 문화·레저 서비스 거래액도 97.7% 올랐다.

국내 OTA 거래액은 3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올 1분기 국내 상위 6개 OTA 거래액을 조사한 결과 총 3조1735억원으로 지난해(1조8002억원)보다 76%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적 완화 등에 따른 외부활동의 증가로 OTA 이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국내·외 여행이 늘고 숙박, 여행 플랫폼 사용이 많아지는 만큼 다크패턴 피해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편취형 상술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업계 규제보다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세준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다양한 다크패턴 유형에 대해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부분과 규율 필요성, 자율규제 방식 등을 조화롭고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라며 “사업자에게 과태료나 행정조치를 내리는 규제도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소비자 피해 예방·구제 측면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크패턴 맹추격②] 갈수록 늘어나는 ‘미끼상품’…오늘도 모르게 낚였다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