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지라시의 추억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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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실무근의 '받은글'이 돌며 감독당국까지 나선 일이 있었다.
소위 증권가 지라시(선전을 위해 만든 쪽지)의 내용은 이랬다.
관련 회사들은 지라시를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신고했고 금융감독원은 발신자를 검거해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가 지라시는 예전부터 말이 많았지만 근래 '받은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업계 관계자가 유독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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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력 고려 자정 필요
최근 사실무근의 ‘받은글’이 돌며 감독당국까지 나선 일이 있었다. 소위 증권가 지라시(선전을 위해 만든 쪽지)의 내용은 이랬다. 모 저축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지급정지 예정이니 잔액을 모두 인출해야한다는 허위 정보였다.
관련 회사들은 지라시를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신고했고 금융감독원은 발신자를 검거해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이후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악성 루머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교란 시키는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금감원의 엄포가 무색하게 해당 지라시가 유명세를 타자 또 다른 지라시가 퍼졌다. 이번엔 지라시의 유포자를 두고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내용이었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의 소행이라거나 경쟁사 직원이 유포한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여기에 덧붙여 지라시를 만든 배경까지 서술됐다. 물론 이 또한 사실 무근이었다.
증권가 지라시는 예전부터 말이 많았지만 근래 ‘받은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업계 관계자가 유독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라시가 사소한 내용까지 돌아 정보과잉이라는 지적은 물론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모 회사 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저녁자리에 와인을 챙겨 가는 것을 두고 비즈니스상 문제가 됐다는 식의 악의적 지라시를 받은 일이 있다. 해당 지라시를 받은 업계 사람들은 “이런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뭐냐”며 고개를 저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지라시를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누군가는 ‘받은글’만 문장 앞에 붙이면 뭐든 써도 다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까지 했다.
지라시를 생성하는 누군가에게 ‘받은글’은 가벼운 라벨링(labeling)에 불과할 수 있으나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보의 확산은 빠르고 수습은 어려워서다.
실제로 이번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지라시의 경우 대처가 빨랐으나 유사한 사례가 재차 발생할 경우 사태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뱅킹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우려섞인 예견을 내놓았다.
사람 셋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정보를 판단하는 데도, 당국의 감독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 지라시에 대한 자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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