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해외사업 투자회수율 80% 돌파…적자경영 출구전략 부상
전기요금 인상 지연에 따른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이 해외 발전사업을 통한 출구전략 모색에 나섰다. 해외 주요 사업의 투자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익률이 높은 사업권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알짜사업의 조기 매각이 장기적으로 한전의 경영 포트폴리오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사업 관리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아시아경제가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전 해외 사업 투자 및 회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한전이 추진 중인 전체 15개 해외 발전사업의 누적 투자액은 총 2조1482억원으로 이 중 회수액은 1조7237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대비 회수율은 80.2%로 대체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보였으나, 5개 사업에 대해선 회수율이 50% 미만을 기록해 지역과 발전환경에 따라 사업성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대표적 해외 성공사례…중동·남미 실적 견조
한전의 최초 해외 발전사업은 1995년 필리핀 말라야 중유발전 성능복구 운영사업부터다. 말라야발전소는 마닐라 동남쪽 70㎞ 지점에 위치한 설비용량 650MW(메가와트)의 중유발전소로 필리핀 루존섬의 주요 전력공급원을 담당했다. 필리핀 동남부 군도에 불을 밝힌 말라야 사업을 계기로 한전은 2006년 본격적으로 필리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디젤 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설비용량 129MW의 비사야스제도에 위치한 이 사업은 올해 2월까지 총 227억원을 투자해 1099억원을 회수했다. 전체 투자액 대비 회수율은 484%로 한전 해외 발전 사업 중 가장 이익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2011년 필리핀 세부에 건설한 석탄발전소 역시 1889억원을 투입해 누적 4321억원(회수율 229%)을 거둬들인 알짜 사업이다. 필리핀 2개 발전사업에서만 한전은 총 2116억원을 투자해 5420억원(256%)을 벌어들여 대표적인 해외 성공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사우디 라빅 중유사업(128%), 멕시코 노르떼2 가스복합(118%), 2014년 요르단 암만 가스복합(124%), 2017년 일본 치토세 태양광(127%) 사업 등도 투자대비 회수율이 100%를 넘는 한전의 주요 해외 캐시카우 사업들이다. 특히 사우디(라빅)와 요르단(암만) 사업의 예상 수익률(9~10%)은 필리핀 두 발전 사업(16.6%~20%)보다 적지만 남은 사업기간이 10~16년으로 길고, 유지관리비가 비교적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1116억원을 투자한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95%), 아랍에미리트(UAE) 슈웨이핫 S3사업(91%) 등도 회수율 90%를 웃돌며, 사업 종료까지 안정적인 투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응이손2 석탄발전(12%), 미국 괌 망길라오 태양광(17%), 캘리포니아 태양광(8%) 발전 사업 회수율은 모두 10% 안팎에 머물고 있으나, 사업개시 연도가 2018~2022년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성을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2018년 3월 사업을 개시한 캘리포니아 태양광 발전사업의 경우 첫해 기상이변과 전력판매가격 하락으로 56억원의 손해가 수익률 확보를 지연시켰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4500억원 투자, 中 산서발전 회수율 20%...매각 차질 악재
문제는 한전의 해외사업 최대 투자 지역인 중국 산서(산시)성석탄화력 발전의 저조한 실적에 있다.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중국 산서 발전은 총 4553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2월까지 906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회수율은 20% 수준으로 2010년 이전 해외 사업 중 회수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서성 화력발전소는 중국 내 석탄 매장량의 3분의 1을 보유한 최대 석탄 생산지에 위치해 있으며 설비 용량은 8350MW로 연간 6000만t의 석탄 생산이 가능하다. 한전은 중국 거멍국제에너지유한공사에 이어 지분 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전은 중국 산서 사업에 대해 "2021년도 석탄 가격이 약 2배 상승하는 등 연료비 급등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회수율이 저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산서 발전은 2021년도 회계결산 약 45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지 관리비에만 총 2억2900만달러(약 3060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산서 발전의 저조한 사업성으로 한전의 해외사업 매각에 차질이 불가피한 점은 악재로 꼽힌다. 한전은 지난해 5월 사상 최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 재정건전화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 산서 화력발전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현재는 사업성이 떨어져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전은 우선 해당 사업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중국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지분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상장 예상 시점은 오는 2026년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개선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의 조기 매각은 한전 해외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이 지분 76%를 보유한 세부 발전은 올해 2월 기준 누적 매출액 1조2931억원, 순이익 3882억원을 기록한 알짜 사업이다. 세부 발전은 현재 매각의 9부능선을 넘은 상태로 현재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한전이 세부화력 발전을 매각할 경우 해외 사업 누적 회수액 기준 25%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일환으로 해외사업 매각을 추진하되, 핵심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세밀히 고려해 시기와 가격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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