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동해까지 왔다…청산가리 10배 독성, 무서운 '파란선'
강한 독을 지닌 파란선문어가 국내에서 2012년 이후 30차례 이상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서식 범위가 동해안으로 확장하고 있어 해변을 찾는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독소(Toxi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파란고리문어(Hapalochlaena) 속(屬)에 속하는 파란선문어(H. fasciata)가 지난 2012년 제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21년까지 국내에서 총 26차례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파란선문어 발견 사례를 종합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1회, 2019년 5회, 2020년 4회, 2021년 8회 등 최근 들어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본지의 확인 결과, 논문 제출 이후인 지난해에도 파란선문어가 제주도 연안에서만 최소 4차례 이상 잡힌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따라 지난 11년 동안 최소 30차례는 발견된 셈이다.
5월과 11월에 가장 많이 발견돼
파란선문어는 파란고리문어 속의 4종 가운데 하나다.
파란고리문어의 종들은 동남아나 호주 등 열대·아열대 암초 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동남아 등지에서는 피해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파란선문어는 몸집이 비교적 작고 등과 팔에 무지갯빛의 파란색 표시가 있고, 매우 강한 신경 독소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을 지니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의 10배에 해당하는 강한 독성이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남해안에서도 전남 여수부터 부산 기장까지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최근에는 동해 울산 연안에서도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연안에서는 2017년 처음 발견된 이후 2020년 2건, 2021년 1건 등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침샘 부위에서 독소 농도 높아
연구팀은 파란선문어 3마리를 입수해 각각에 대해 복어 독과 같은 성분인 테트로도톡신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3개체 모두 몸 전체에서 g당 평균 6.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
신체 부위 중에서는 침샘에서 가장 독소 농도가 높았는데, 평균 22.4 ㎍/g이 검출됐다.
팔과 머리 부분에서도 각각 5.1 ㎍/g, 3.6㎍/g의 독소가 검출되는 등 몸 전체에서 독소가 검출돼 먹어서는 안 되는 종류임이 확인됐다.
침샘에서 높은 농도로 독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먹이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기심에 만졌다가 상처 입을 수도
연구팀은 "직업적인 어업인이나 연구자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 호기심으로 파란선문어를 만지다가 물릴 경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상처를 입을 우려가 크다"며 "우발적인 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지속해서 주의를 당부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국내에서도 물림 사고가 발생했는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물린 손가락은 부어오르면서 통증과 마비 증상을 보였다.
당시 38세의 성인 남성이었지만 물린 뒤 며칠 동안 어지럼증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전남 도의회에서는 유해 해양생물에 의한 피해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제정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안은 파란선문어 등과 같은 유해 해양생물 유입에 따른 ▶피해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시책 마련 ▶실태조사 ▶유해 해양생물에 의한 부상 치료 ▶감시인의 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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