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노사 결정권 없애자"…최저임금위, 이런 얘기까지 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시작부터 파행하면서 험난한 협상을 예고했다. 내달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첫 회의가 열리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갈등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최저임금을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번 달라지는 공익위원 산식…‘구체적 기준 없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근로자위원 9명·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매년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근로자위원 측은 24.7% 인상된 1만2000원을 요구하는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 측이 별도 산식을 통해 도출한 공익위원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산식이 매번 똑같진 않다. 2021년 최저임금(8720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0.1%)+물가상승률 전망치(0.4%)+근로자생계비 개선분(1.0%)’을 적용해 1.5% 인상했다. 최저임금을 10.9%나 올린 2019년(8350원)은 더욱 복잡했다. 당시 산식은 ‘임금인상 전망치(3.8%)+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인상효과 감소 보전분(1.0%)+협상배려분(1.2%)+소득분배 개선분(4.9%)‘이었다.
이는 최저임금법에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명시돼있을 뿐, 구체적인 결정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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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안에 “자의적 기준” 노사 모두 반발
이렇다 보니 공익위원안이 채택될 때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서 “기준이 자의적이다”라는 지적이 나오기 일쑤다. 예컨대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를 뺀 2022~2023년 산식은 노동계에서, 근로자생계비 개선분을 더한 2021년 산식은 경영계에서 더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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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기준 만들어야”…근본적 변화 필요성도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노사간 힘겨루기→일방적 파행’ 고리를 끊으려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예측가능한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전체 임금 상승률, 산업 평균 노동생산성, 소비자물가 상승률, 최저생계비 등 무엇을 얼마나 가중치를 주고 산식을 만들 것인지 등 전문가들이 노사와 함께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질임금 하락은 막기 위해 매년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기본으로 두고, ‘±@’를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때그때 경제 상황에 따라 특정 지표가 흔들릴 수 있는데, 고정된 산식을 적용하면 유연한 대응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두고, 거기서 노사가 어떤 지표를 넣거나 뺄 것인지 협의를 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노사가 함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노·사·공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에선 싸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자의 입지가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양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사는 주도권 없이 의견만을 제시하고, 균형 잡힌 전문가들이 물가지수·성장률·노동생산성 등 객관적인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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