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잘나가는 한국GM 긴장시키는 이것

정진주 2023. 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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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본사 긴축경영, 수입차종 판매 부진 영향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한국GM

한국GM이 지난해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면했다. 올해도 자사 대표 모델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3개월 연속 국내 완성차 수출 실적 1위에 차지하며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국내 완성차 수출 실적 1위와 5위에 올랐다.


특히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형제 모델인 뷰익 앙코르 GX 포함 2만5511대 판매하며 2위 아반떼(1만7899대)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에서도 주력이 될 모델이다. 국내 사전계약 일주일만에 1만3000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GM 앞에는 몇 개의 걸림돌이 남아있다. 노조와 임금협상, 본사 긴축정책, 수입차종 판매 부진 등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어려운 회사 경영 상황으로 인해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2018년 유동성 위기와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상당 부분의 복지 축소를 수용했으며, 임금 교섭에서도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올해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으로 생산과 판매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조 측에서도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다.


문제는 GM 본사에서는 조직 몸집 줄이기와 비용 절감 태세에 돌입해 한국GM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GM 본사는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 수익성 개선 등 이유로 2024년까지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조가 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GM으로서는 본사 차원의 비용절감 방침과의 사이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GM이 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 협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협력사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하도급 근로자 현안 해결이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대 과제”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와 시기는 미정이나 업계에서는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하면 인건비가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 차종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입 차종 판매 성적이 좋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한국GM은 자체 생산과 수입차를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을 밀고 있는데 후자 전략은 아직 부진한 상황이다.


수입 모델 차종 판매량은 지난 1분기 기준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GM의 수입 모델들은 올 들어 콜로라도를 제외하고는 월평균 세 자릿수를 기록한 차가 없을 정도로 판매량 측면에서 부진하다. 올 1분기 판매량은 콜로라도 383대, 트래버스 273대, 이쿼녹스 186대 , GMC 시에라 126대, 타호 57대, 볼트EV 18대 등으로 집계됐다.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GM

이처럼 한국GM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GM 본사 차원의 한국에서의 생산계획과 수입 차종의 높은 수익성 등을 감안하면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한국GM이 정부에 50만대 양산을 약속했고 흑자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GM 인건비는 미국 GM보다 낮은데 품질이슈는 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도급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될 인력까지 모두 수용 가능해진다”고도 했다.


거기다 노조도 젊은 층의 성향이 강성에서 멀어지고 도약 준비를 하는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현실적인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선에서 요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어 임단협도 무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수입차종 판매와 관련해서는 ‘양적 확대’보다 ‘실속’이 중요하다는 게 한국GM측 입장이다.


과거 한국 GM은 10% 가까이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때 아이러니하게도 적자 폭이 1조원이 넘었다. 국내 시장은 완성차 5개사를 기준으로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90%, 수입차까지 해도 78%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에 한국GM은 2018년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7조를 투자해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국내 생산 차종 2개로 공장들을 풀가동하고 있어 추가적인 생산 차종의 확대보단 현재의 상황에서 차질이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한국GM은 현대차·기아가 갖고 있지 않은 픽업트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함께 캠핑, 차박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픽업트럭과 같은 새로운 차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수입차는 고가이기 때문에 판매대수가 많지 않다고 해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SUV와 픽업트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풀 사이즈 프리미엄 제품을 지난해 이어 올 초 선보였다. 쉐보레만이 아닌 새로운 브랜드 런칭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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